고독한 강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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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트린 댄스 시리즈 4권이다. 5년만에 나왔다. 캐트린 댄스는 링컨 라임 시리즈에 비중 있는 단역으로 나왔다가 새로운 시리즈의 주인공이 된 인물이다. 역시 두툼하고, 재밌고, 예상 외의 반전에 놀란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의 감정이란 것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깨닫는다.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동 속에는 극단적 이기심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 소설 속 악당은 이런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테러를 펼친다. 밀폐된 공간과 화재가 맞물리면서 벌어지는 첫 장면은 결코 소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불안과 공포는 우리 사회의 기저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한정된 공간만이 아니다. 괜히 공포 마케팅이란 단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읽다 보면 과연 저런 상황에서 나는 이성을 유지하고 다르게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클럽 솔리튜드크리크에서 공연 중에 화재가 난 것 같은 냄새를 맡는다. 불이 났을 때 최대한 빨리 피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비상구가 거대한 버스로 막혀 있다는 것이다. 이성이 날아간 사람들은 조금 열린 비상구로 나가려고 서로를 밀친다. 이 과정에 3명이 죽는다. 여러 명이 부상을 입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서 작가는 한 발 더 나아가 이 사건의 희생양을 찾으려는 욕망을 그려낸다. 트럭 운전수의 실수라고 단정한 희생자 가족들이 보여주는 폭력은 또 다른 공포를 만든다.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보다 자신의 감정을 먼저 폭발시키는 사람들의 모습은 결코 낯설지 않다. 이들을 조금 더 파고들어 간략하게 풀어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캘리포니아 연방수사국(CBI)의 동작학 전문가 캐트린 댄스는 마약밀매 조직을 수사하는 중이다. 그녀는 용의자 심문에 실패하고 총까지 빼앗긴다. 이 일로 징계를 받고 민사부로 전출된다. 이때 솔리튜드크리크 사건을 맡는다. 댄스가 이 장소에 와서 상황 등을 보고, 단서를 따라가면서 단순 화재 사건이 아님을 알게 된다. 실제 불이 나지 않았고, 냄새만으로 공연장 관객들을 패닉으로 몰아간 것이다. 왜,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일까? 단순한 재미라고 하기엔 너무 치밀하다. 그리고 일회성 사건도 아니다. 자기계발서 작가의 사인회에서 벌어진 참극은 또 어떤가. 비상구를 열어두었지만 그 앞에 총을 던 악당이 총을 쏘면서 다가온다. 달아날 곳은 단 한 곳. 창밖 바다뿐이다. 이성적으로 문을 닿고, 경찰에 연락하면서 시간을 벌어야 하지만 공포는 많은 사람들의 이성을 날려버린다.


이 공포로 최악의 상황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인물이 있다. 안티오크 마치다. 그는 이런 상황을 연출하고 패닉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온라인에 올려 판매한다. 새로운 추악한 사업이다. 잔혹한 사진을 다운받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자신들이 바라는 장면을 연출해주기를 바란다. 마치는 이 일에 최적화된 악당이다. 그의 마음속에는 타인의 죽음과 고통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존재가 있다. 그는 이것을 겟(GET)이라고 부른다. 이 겟을 만족시켜야만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나중에 그가 어떤 일을 벌였는지, 어떻게 이 사업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보여주는데 크게 놀랄 수밖에 없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사업과 연결했다. 물론 이 과정에 다른 한 명이 끼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인물은 마치다.


댄스는 이 마치의 사건을 수사하면서 여전히 마약밀매 조직 수사를 놓지 않는다. 한 지역 사건만을 다루지 않다 보니 관할권 문제가 여전히 있다. 민사부로 전출된 댄스가 이 수사에 참여하면 안 되지만 그녀는 몰래 끼어든다. 그녀의 심문 기술은 아주 탁월하고, 다른 단서를 쫓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야기의 중심은 솔리튜드크리크 사건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마치의 작업 대상이 될 수 있기에 시 정부는 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행사를 미루라고 말한다. 그러다 또 하나 사건이 발생한다. 이번엔 엘리베이터다. 역시 밀폐된 공간이다. 다행이라면 아주 많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고, 불행이라면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타고 있다는 것이다. 사건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번 이야기에는 댄스의 아이들 비중이 조금 더 되는 것 같다. 이전 작품들을 읽은 지 오래되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동작학 전문가이지만 자신의 아이들의 동작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고 실수하는 모습은 엄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들 웨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미국 학생들이 얼마나 역사에 무지한지 알 수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그리고 잔혹한 게임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이 게임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하지만 이 연구 결과가 결코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실제 그 게임을 하는 인물들은 수없이 많고, 그 게임의 영향이라고 단정한다고 해도 다른 영향을 결코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 중독은 결코 좋게 볼 수 없다.


빠른 속도감을 보여준다. 단 며칠 동안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다시 아픈 미국의 역사를 본다. 미국이 눈을 가린 수많은 인권 문제 중 하나를 다룬다. 솔리튜드 크리크에서 있었던 2차 대전 당시 있었던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소 문제다. 현재로 넘어오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등에 대한 폭격은 입을 다물고 있는 현실이 있다. 선별적 인권문제는 정치적 목적과 이어져 있다. 마치가 만들어낸 영상을 구독하는 인물들보다 더 큰 비극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미국 작가가 이 문제까지 파고들어 이야기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이 있다. 바로 삼성 제품을 곳곳에서 말하고 있는데 PPL인가 하는 의문이다. 재밌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 예상하지 못한 반전에 놀란다. 다음 댄스 이야기는 언제쯤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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