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증인 - The Last Witness
유즈키 유코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김성종의 소설이 먼저 떠올랐다. 오래 전 아주 재밌게 읽었고, 형사 오병호에 매혹되었던 소설이었다. 그런데 작가 이름이 낯익다. 작년에 <달콤한 숨결>로 나를 사로잡은 작가다. 위시리스트에 두 권을 올려두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서점에서 검색을 하니 구판본이 보인다. 다른 출판사, 다른 번역으로 나왔던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책들이 더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절판된 책이 나온다는 것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해설을 읽다 보면 다른 소설들도 상당히 많다. 미출간 책들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이 정도 무게와 가독성을 가진 작가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 변호사 사가타 사다토는 검사 출신이었다. 하나의 사건을 경험한 후 검사를 그만 두고 변호사가 되었다. 재밌는 것은 이 소설 이후 사가카 검사 시리즈가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변호사 사가타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은데 언제 번역되어 나올지 모르겠다. 실제 이번 소설에서 사가타가 나오는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 중요한 변론을 맡고 있지만 그가 발로 뛰면서 증거 등을 모으는 장면은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다른 검사의 일상과 그가 변론을 맡은 사건의 관계자의 과거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는 이 부분에서 살짝 트릭을 사용해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만든다.


이 사건 7년 전 한 소년이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여 죽었다. 의사 다카세의 아들이다. 아이가 잘못했거나 다른 요인이 있었다면 죽은 아들을 가슴에 안고 살아갈 수 있지만 이 운전자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과속까지 했다. 당연히 법의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역 공안위원장이란 직위가 그를 불기소처분으로 결론 짓게 한다. 경찰이 사건을 조작한 것이다. 당연히 법의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한 부모에게 이 소식은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이유를 알기 위해 전화하고, 경찰서까지 찾아가지만 조사서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그를 밖으로 밀어내려고만 한다. 이때 담당 형사가 나타나 분노한 아버지의 손찌검을 받으면서 쫓아낸다. 형사의 행동이 이 결과를 더욱 의심스럽게 만든다.


소설은 재판 3일을 다루면서 과거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다. 사가타가 이 도시에 온 감회를 처음에 풀어낼 때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의 과거가 하나씩 흘러나온다. 검찰의 기대를 크게 받던 그의 갑작스러운 퇴직과 그 이유가 말이다. 그리고 이 일은 이 소설에서 핵심으로 삼고 있는 부분이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 강하다. 사가타 변호사와 대립하는 쇼지 검사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이 부분은 점점 더 강해진다.


다카세 가족에게 일어난 일은 읽는 내내 분노하게 했다. 분명한 증인이 있는데 어린 학생이란 이유로 증언이 무시된다. 다카세 부부가 바란 것은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지만 권력은 이것을 무마시킨다. 현실에서 비일비재하게 생기는 일이다. 하지만 음주운전자가 반성하지 않고 다시 술 마시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면 억누르고 있던 분노가 폭발한다. 이런 종류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그들이 분노하지만 행동하지 않은 모습에 대단하다고 느낀다. 나라면 무엇인가를 들고 가서 복수를 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이 복수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의 대다수 사람들은 다카세 부부들처럼 행동할 것이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겹치게 되면 살의는 더욱 커지고, 행동으로 옮겨진다. 작가는 이 부분을 아주 잘 만들고, 독자로 하여금 공감하게 했다.


대단한 가독성을 보여준다. 다카세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나 사가타의 사연 등은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다. 작가는 이 두 사건을 같은 이야기 속에 녹여 내면서 검사와 경찰의 균형을 잡았다. 좋게 말하면 견제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권력 유착 비리를 보여준다. 이런 부패와 비리에 희생되는 것은 언제나 선량한 피해자들이다. 작가는 이 작품 속에서 피해자를 잘 녹여내었다. 철저하게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을 보여주고 변론하면서 사실에 한 발 한 발 다가간다. 그리고 밝혀지는 최후의 증인과 그의 증언이 만들어낸 현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다시 한번 왜 이 작가의 작품들을 독자들이 칭찬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나도 그런 독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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