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의 마법
이준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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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보고 <은둔형 마법사>란 웹 판타지 소설이 떠올랐다. 이 소설도 웹에 연재된 것이 아닌가 하고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가끔 웹 플랫폼에 연재된 판타지 등이 출판사의 매끈한 편집을 거친 후 나오는 것을 봤기에 그런 종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처음 눈길을 준 것이 비슷한 제목의 판타지였듯이 이 소설에서도 마법이 핵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작품을 끌고 나가는 주요 캐릭터들이 은둔형 외톨이였고, 이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다. 대인기피증이 생긴 주인공들이 사회에 한 발 내딛는 과정을 그리고, 그 과정에 마법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


이 책은 작가의 첫 소설이다. 상당히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문장도 가독성이 상당히 좋다. 주원과 유미가 어떻게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는지 천천히 들려주고, 스스로 가둔 곳에서 그들은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처음 주원이 누나와 매형이 마련해준 집에 들어와 살 때만 해도 자신은 마음만 먹으면 금방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늦은 밤 사람이 아무도 없는 순간에 겨우 잠시 나가는 그가 누군가와 부딪히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에게 변화가 생기는 것은 그를 은둔형 외톨이로 만들게 된 계기가 된 친구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부고 소식을 들은 후부터다. 나가야 한다는 마음을 의지로 바꾸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유미가 할머니집에 머물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 유미의 마법을 보여준다. 한 시간 동안 자신이 원하고 상상한 공간을 만드는 마법이다. 1시간을 넘어가면 유미가 위험해진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어릴 때 이 마법을 펼쳐 부모와 함께 살던 작은 섬마을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러다 부모와 함께 서울로 가다 사고가 나서 부모님과 돌아가셨다. 이 사고를 누군가가 그녀가 마법으로 부모를 죽였다는 악의적인 소문으로 바꾸면서 즐거웠던 생활이 깨어진다. 마법에 대한 소문을 듣고 섬에 오는 기자도 있다. 이때 할머니 집으로 온 후 계속 그곳에 산다. 외진 할머니 집은 그녀의 대인기피증에 딱 알맞다. 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언에 따라 그곳을 떠난다.


은둔형 외톨이들이 집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유미가 할머니의 바람대로 큰 도시로 오는데 그곳이 서울이다.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왔다. 작은 모텔에서 칩거한다. 할머니가 남긴 돈이 있기에 가능하다. 주원은 집밖으로 나오기 위한 훈련을 한다. 목표를 하나씩 세운 후 실천으로 옮긴다. 힘들다. 의지가 꺾일 것 같은 순간이 있지만 하나씩 헤쳐 나간다. 그리고 은둔형 외톨이 카페의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한다. 신청자 10명 중 겨우 6명이 모였다. 그 중 한 명은 엄마와 함께 왔다. 이들이 모여 보여주는 침묵의 현장은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카페지기조차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하지만 집밖으로 나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작가는 이 여섯 사람의 사연을 간결하게 들려준다. 실직, 학교 폭력, 운동부 선배 폭력, 공시 실패 등이 원인이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화내고, 욕하고, 눈물 흘리고, 두려워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가지만 이들은 집안으로 들어갔다. 이 원인들은 우리 현실에서 너무 흔한 일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상황이 꼬이고 나빠진다면 누구나 이들처럼 될 수 있다. 예전에는 나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요즘은 자신할 수 없다. 머리로 이해한다고 몸이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마음은, 몸은 머리가 바라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은둔형 외톨이들의 삶을 보여주고, 이 삶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풀어낸다. 그리고 주원과 유미의 조금 다른 연애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데 서툴고, 다른 사람처럼 돌아다니는 것이 겁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원에게 유미가 자신의 마법을 보여줄 때 그를 얼마나 믿고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가득하다. 잔잔하지만 잘 읽히고, 이들을 응원하면서 읽다 보면 끝에 도달한다. 그리고 주원의 작가 도전을 보면서 작가의 과거가 얼마나 투영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유미가 마법을 사람들 앞에서 펼쳐야 하는 상황을 보고 그 이면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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