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메리 셸리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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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시리즈 중 한 권이다. 현재 4권까지 나왔다.

1818년 초판본을 원전으로 삼았다.

많은 번역본들이 1831년 개정판을 번역본으로 삼았는데 1818년 판본에서 두드러졌던 작가의 철학적 견해가 개정판에서는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이 부분은 나의 영역이 아니라 그냥 넘어간다.

집에 이전에 사놓은 책이 있어 몇몇 비교하니 주인공 친구의 이름이 다르다.

영국식으로 하면 헨리지만 불어로 하면 앙리인 것처럼 말이다.

소설의 내용도 세부적인 부분에서 낯선 곳이 많다.

가장 큰 착각 중 하나는 주인공이 창조한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인 줄 안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영화 등의 원전에 대한 갈망이 다시 생겼다.

실제 그 괴물을 창조한 인물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다. 괴물에겐 이름이 없다.

이 소설 속 괴물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현재 과학적 기준으로 말도 되지 않는다.

괴물이 집을 떠나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면 모두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고 달아난다.

때문에 괴물은 숨은 채 살아간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말과 글을 배운다.

그가 한 눈먼 노인 가족 곁에서 말과 글을 배우는 장면은 완벽한 자기주도 학습이다.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데 그치지 않고 감정마저 배운다.

그가 바란 것은 자신의 외모와 상관없이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의 편협한 시각은 그의 외모에 집착한다. 무섭고 두렵다.

이 감정이 그에게 전달되면서 그의 백지 같은 마음에 악이 스며든다.

이 소설의 백미는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처음부터 그는 괴물이 아니었다.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좇아 북극까지 가는 과정에 만난 선장의 편지 속에 이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괴물이 말하는 부분을 읽다 보면 얼마나 많은 착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영화의 이미지에 압도되어 실제 내용은 어느 순간 왜곡되고 변했다.


다시 과학을 한 번 돌아보자.

그 당시 과학은 급속하게 발전하는 중이었다. 과학에 대한 맹신은 그 시절 인류의 한계를 드러낸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기를 통해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킨다는 설정은 마법이 곁들여진 판타지에서나 가능하다.

하지만 자신의 창조물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아주 독창적이다.

기존의 자연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과학을 덧붙여 만들어낸 괴물을 두려워하는 마음과 그 괴물이 지닌 놀라운 능력 등은 그 시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런 설정과 모습들이 아마도 후대에 많은 SF 작가와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소설들을 다시 읽는 것은 그 작품에 대한 왜곡을 바로잡는 것이다.

물론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볼 때 다시 영화의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아주 많다.

예상한 것보다 잘 읽혔고, 재밌었지만 현대 과학 지식을 조금 가진 나에게 솔직히 거슬리는 대목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 소설은 읽을 이유가 충분히 많다.

번역에 따라 호칭이나 이름 등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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