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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미스터리 - 어른들을 위한 엽기적이고 잔혹한 전래 미스터리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홍정기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6월
평점 :
전래 동화에 다양한 장르의 미스터리를 더해 잔혹하고 엽기적인 이야기로 만들었다. 읽다 보면 잔혹한 표현에 놀란다. 어느 순간 순화된 전래 동화에 익숙해진 탓이다. 작가의 말을 읽다 보면 단편들을 읽으면서 느낀 어색함이나 비과학적인 부분들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전래 동화에 외국어를 쓴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작가가 의도적으로 비튼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전래 동화의 또 다른 변주를 그려낸 작가의 작품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이런 작업은 반갑고 재밌다. 물론 아이들에게 이 단편들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미 아이들의 머릿속에서는 덜 잔혹한 변주가 일어나고 있다.
<콩쥐 살인사건>은 ‘콩쥐팥쥐’ 이야기를 잔혹하게 비틀었다. 작가는 단순히 콩쥐팥쥐에 그치지 않고 다른 장르의 도구를 이 소설 속에 빌려 온다. 이 단편에서 스토커란 단어가 나와 어색했는데 작가의 말을 읽고 조금 풀렸다. 이 단어를 보면서 일본 라이트노벨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전래 동화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잔혹함을 더했다. 콩쥐를 돕는 동물들이 나오지만 살인 의지가 더 강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마주한다. 개인적으로 반전을 위한 반전 같은 느낌이라 아쉽다. 이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역할도 조금 뜬금없는 느낌이다. 이런 점들을 제외하면 생각하지 못한 장면들이 재미를 준다.
<나무꾼의 대위기>는 ‘선녀와 나무꾼’의 변주다. 노총각 나무꾼이 위험에 빠진 사슴을 숨겨 준 후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곳을 알게 된다는 설정은 동일하다. 하늘에서 내려와 온천에서 목욕하는 선녀의 옷을 훔친 것까지는 좋은데 한 선녀가 시체로 발견된다. 뭐지? 하는 순간 산신령이 나타난다. 세 자루의 도끼를 들고. 선녀의 시체를 보고 살인자로 나무꾼을 의심한다. 나무꾼이 변론한다. 사슴과 사냥꾼이 불려온다. 이때 토끼 한 마리가 나타나 탐정 역할을 한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숨겨진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반전으로 이어지는데 진짜 반전과 예상하지 못한 마무리로 깜짝 놀라게 한다.
<살인귀 VS 식인귀>는 엽기적이다. 떡장수 엄마가 나올 때 ‘해와 달’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야기의 시작은 목을 매고 죽으려는 소녀 이야기다. 떡은 모두 팔리지 않고, 늦은 밤 산을 넘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엄마의 시선을 따라간다. 깜깜한 밤 산에서 만난 약장수는 호랑이를 두려워하던 그녀에게 작은 안심을 준다. 그런데 진짜 무서운 것은 역시 인간이다. 예상한 식인귀는 약장수다. 그럼 살인귀는 누굴까? 식인귀가 떡장수의 딸을 잡아먹기 위해 간 곳에 살고 있다. 작가는 여기서 단순하게 풀어내지 않고, 한 번 더 꼰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설정을 하나 더 넣었다. 다른 작품에 등장한 언년이가 나와 살짝 반가웠다.
<연쇄 도살마>는 보름달이 뜨면 집안에 있는 동물들이 한 마리씩 죽는다. ‘여우 누이’의 변주다. 먼저 닭들이 죽고, 집에 있는 세 마리 소까지 한 마리씩 죽는다.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누가 이 동물들을 죽이는지 감시하게 한다. 첫째 일남의 주장은 막내 미호란 것이다. 전래 동화를 따라가면 맞는 설정이다. 하지만 그대로 따라가면 재미없다. 앞에 작은 암시를 하나 깔아둔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사실들은 예상한 것과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예상하지 못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남의 행동이다.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간을 그렇게 빼내 먹어야 하는 의문이 생긴다.
<스위치>는 ‘혹부리 영감’을 다른 식으로 엮었다.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자주 나왔던 등가교환을 소재로 했다. 화자는 푸른 눈을 가진 백정의 아이로 태어나 다른 아이들의 놀림이 되었다. 어느 날 도깨비를 만나 푸른 눈을 그에게 준 후 하나의 선물을 받는다. 이것이 등가교환을 일으키는 보물이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조건에 맞춰 말하면 바로 교환된다. 작가는 백정 자식의 현실적 어려움과 신분 상승의 욕망을 잘 풀어내었다. 등가 교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꾸어 나가는 모습은 이 아이디어를 장편으로 바꾸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 특별한 도구가 만들어낼 수많은 이야기의 가능성에 눈길이 간다. 아니면 이 아이템을 연작 소설로 만들면 어떨까? 여러 가지를 상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