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 시리즈 마지막 편이다. <고양이>, <문명>으로 이어져 온 이 시리즈는 이번 <행성>으로 끝을 맺었다. 6권으로 완결되었는데 이전에 나온 <제3인류>의 권수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전편에서 제3의 눈을 가진 쥐의 왕 티무르를 피해 뉴욕 항에 도착하는 장면에서 이번 이야기가 시작한다. 그들이 바란 것은 미국이 개발한 강력한 쥐약으로 평온한 일상을 사는 미국이었다. 하지만 도착해서 본 풍경은 온통 쥐로 뒤덮여 있다. 그들의 배를 보고 쥐들이 바다를 헤엄쳐 온다. 닻을 타고 배에 올라온다. 첫 장면부터 쥐떼와의 대결이 펼쳐진다. 이 전투에서 배에 탄 수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이 죽는다. 바스테트의 친구들도 많이 죽었다. 이 시리즈를 읽다 보면 가까운 동물이나 사람들이 계속 죽는다.


닺을 올려 쥐떼 군단의 공격을 막아내지만 이제는 갈 곳이 없다. 그러다 뉴욕의 높은 빌딩의 신호를 본다. 앵무새를 보내 협상을 하려고 하지만 앵무새는 돌아오지 않고, 드론이 날아와 짚라인 줄이 내려온다. 고층 빌딩을 이런 짚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욕의 고층 빌딩에 약 4만 명의 인간과 수천 마리의 고양이와 개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의 주식은 주로 쥐 고기이고, 야채 등은 빌딩에서 키운다. 식수는 비로 충당하고 있다. 바스테트 일행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이 도시가 유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강력한 쥐약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쥐약에 대한 내성이 생긴 쥐의 탄생으로 무력화되었다고 한다. 이 군단의 왕은 알 카포네로 불린다.


쥐 군단의 서해전술은 무시무시하다. 천적이 사라지고, 인류가 만들어 놓은 식량 등이 이들을 더욱 번성하게 한다. 쥐의 왕은 제후들을 거느리고 인간의 고층 빌딩을 공략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쥐의 이빨로 빌딩의 하단부를 갉아내어 무너트리는 것이다. 빌딩을 지을 때 쓴 재료의 강도에 따라 건물이 무너진다. 사람들은 더 높고 더 강한 빌딩으로 몰린다. 하지만 이때 우리는 이 빌딩도 언젠가는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빌딩에서 이전에 강력한 쥐약을 만든 유전자 과학자를 만난다. 그리고 드디어 인류의 연락망을 망가지게 한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개발된다. 도박이지만 성공하면서 세계가 연결된다. 문제는 이 인터넷을 통해 프랑스의 티무르가 바스테트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된 것이다.


인류가 쌓아 올린 과학 기술은 대단하다. 사람이 없어도 자동 항법으로 대양을 건너는 것이 가능하다. 프랑스와 미국의 두 군단의 쥐가 뉴욕에서 만난다. 일단 티무르가 꼬리를 내린다. 미국 쥐는 덩치가 더 크다. 하지만 티무르는 제3의 눈을 가지고 있다. 불을 사용할 수 있다. 인류의 지식이 인류의 공격하는 무기가 된다. 쥐의 이빨에 강한 건물도 불은 견딜 수 없다. 인간과 바스테트는 대응법을 만들어내지만 거대한 쥐 군단을 압도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쥐들은 티무르의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들을 더 압박한다. 뉴욕을 벗어나야 하지만 쉽지 않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온 기갑부대마저 쥐의 공격에 무력회되지 않았던가. 핵폭탄 이야기가 나오지만 뉴욕만 폭격한다고 해결된 문제도 아니다. 작가는 지식과 서해전술을 엮어 인간의 종말이 다가왔음을 암시한다.


쥐 군단과 인간과 고양이 등을 포함한 동맹의 대결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고층 빌딩에 머무는 수많은 사람들은 102개의 인간집단으로 나누어져 있다. 재밌는 점은 총회의 회장이 힐러리 클린턴이란 것이다. 교묘한 방식으로 총회를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이끈다. 하지만 위기 앞에서 이 정치력은 너무 쉽게 무력화된다. 이 틈을 파고들어 고양이들을 103번째 집단으로 인정해달라고 한다. 이 총회의 가입 조건이 쥐의 왕들을 죽이는 것이다. 이때 쥐의 왕은 자유의 여신상을 머리를 날리고 자신들의 얼굴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곳에 머문다. 인간들은 드론을 통해 이 상황을 지켜본다. 택배 드론은 그렇게 무겁지 않은 작은 고양이를 실고 날아갈 수 있다, 재밌는 발상이다. 이런 상상력이 이 소설 곳곳에 나온다. 실존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읽으면서 수많은 생각이 오간다. 서해전술을 막을 방법이 과연 없을까? 기갑차량을 고장 나게 한 원인은 고치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은 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들이 어떻게 위기 상황을 넘어갔는지 감안하면, 그 어마 무시한 숫자를 생각하면 내가 생각한 몇 가지는 금방 무력화된다. 실제 인간이 세운 요새들이 쥐 군단의 공격에 무너지는 광경을 보면 숫자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행위와 지속적인 공격이 지닌 무서움을 깨닫는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마지막에 내놓았을 때 지독하게 인간의 역사와 닮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위기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 생물종의 공존과 협력을 이야기할 때 다시 생각이 많아진다. 언제나처럼 이 소설의 가독성은 아주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