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도 살인사건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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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과 밀실처럼 섬을 꾸민 살인사건을 엮었다. 세월호 이후 바뀐 수학여행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직 교사가 느낀 학생에 대한 감정이 어느 정도 녹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자극적이다. 현직 학교 생물교사가 쓴 글이다 보니 그 내용이 소설 곳곳에 스며 있다. 그리고 어떤 대목에서는 노골적으로 학교 수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별개로 이 소설은 가독성이 아주 좋다. 살인자가 누군지는 파악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지만 진짜 범인이 누군지 하는 것은 전혀 예상 밖이다. 독자의 취향에 따라서는 사족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물 교사의 화학 지식과 청소년들의 일탈과 잔혹함을 잔인한 살인사건으로 풀어낸다. 재밌고 빠르게 잘 읽힌다.


이 소설에서 탐정 역할을 하는 학생이 한 명 있다. 바로 영재다. 반에서 외톨이처럼 지내는데 그는 뛰어난 관찰력과 묘사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십자로로 들어오는 와중에 쓴 글이 섬의 모습이나 특성을 아주 간결하면서도 잘 잡아낸다. 이런 그에게 다가온 친구가 부회장 민선이다. 반 회장 장희종이 엄마의 돈을 믿고 망나니 짓을 할 때 반의 일을 묵묵히 처리하는 학생이 민선이다. 실제 이 십자도로 수학여행을 오게 된 것도 장희종이 바란 것이다. 세월호 이후 학년 전체 수학여행은 불가능하지만 반 단위로 교육적 목적으로 떠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말썽쟁이들과 함께 수학여행 가는 것을 담임 고민환 선생은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희종의 엄마에게 넘어간 교장은 희종의 엄마와 함께 선생의 약점을 잡고 성사시킨다.


인천 서창고등학교 2학년 7반 23명은 담임과 부담임 이지현 선생과 함께 배를 타고 오지섬 십자도에 들어간다. 이 섬에는 여름 휴가철이 되어야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이다. 하지만 희종의 엄마가 돈을 뿌려 학생들이 3박 4일 동안 머물 수 있게 된다. 섬은 휴대폰이 터지지 않고, 유일한 연락 방법은 이장집 유선전화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평소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배가 없고, 수학여행 마지막에 들어올 예정이다. 그 동안은 섬은 거대한 밀실이 된다. 학생과 교사 이외에 이장과 학생들 식사를 담당하는 이씨 부부와 청년회장이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 몰래 들어온 것이 아니라면 범인은 이들 중에 있다. 공정한 추리 소설이라면 당연한 것이다.


첫날 밤 어느 수학여행과 다름없이 학생들은 몰래 가지고 온 술을 마신다. 선생은 학생의 술을 적발하지만 희종은 돈으로 이장을 유혹한다. 고민환 선생은 이장이 술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엄청난 가격을 말하는 희종에게 넘어가려고 한다. 이때 청년회장이 나타나 이 거래에 끼어든다. 이장의 술을 자신이 사고, 자신이 이 술을 희종 무리에게 판 것으로 만들어 죄의식을 살짝 덜어준 것이다. 정상가격의 열 배가 넘는 돈을 주면서 안주까지 부탁한다. 술과 안주를 제공하면서 좋은 경치를 보여주는 술자리로 등대까지 추천한다. 이 정도면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어른이다. 희종 패거리가 어른을 깔보는 것도 이런 어른들 영향이 있다.


첫날 밤 시체를 발견한 인물은 영재다.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산책을 나갔다가 등대에 비친 시체 윤곽을 보고 선생에게 말한다. 처음에는 고민환 선생에게 말하려고 했지만 그는 술에 취해 잠들어 있다. 결국 이지현 선생을 깨운다. 등대에 가기 전 청년회장도 깨워 같이 간다.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목을 메단 이장의 시체다. 자살처럼 보인다. 하지만 관찰력이 뛰어난 영재는 자신이 처음 발견한 당시 쓴 글을 돌아보면서 타살 가능성을 제기한다. 자살이 아니라면 누가 왜 죽였을까? 그리고 둘째 밤에 범인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의심한 이씨가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는 다음 날 아침 학교 식당에 자살한 것처럼 꾸며진 채 발견된다. 독자에게 작가는 타살임을 분명하게 알려줬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영재만 사건 현장을 돌아보고 의심을 품고 과학적 사실을 알아챈다. 이 사실을 민선과 이지현 선생과 공유한다.


마지막 밤이 되었다. 이번에 그 대상은 누굴까? 둘째 날 아침 명신이 복통을 앓아 누었는데 희종 패거리는 또 술을 마실 생각을 한다. 술은 이장집에 담근 술이 있다. 아이들은 담근 술을 들고 다시 등대로 간다. 술을 마신다. 그런데 평소보다 빨리 취한다. 이상하다. 이때부터 이 소설에서 정말 죽이고 싶은 인물이 누군지 알려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준다. 청소년 범죄의 한 모습이 드러난다. 참혹하고 잔인하다. 무서운 것은 이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이 일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아플 때 보여준 행동과 대비된다. 이 살인 계획의 트릭 등은 그렇게 낯설지 않다. 하지만 진짜 반전은 마지막에 나온다. 2014년 연말에 좋은땅이란 곳에서 나온 <십자도 시나리오>란 소설이 있는데 같은 소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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