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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 마블 1 - 비정상 ㅣ 시공그래픽노블
G. 윌로우 윌슨 지음, 애드리언 알포나 그림, 이규원 옮김 / 시공사(만화) / 2016년 7월
평점 :
오래 전 팟캐스트에서 ‘미즈 마블’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 마블 세계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에게 이 이야기는 캡틴 마블과 미즈 마블은 같은 것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말해 이 그래픽노블을 읽기 전에는 이 둘의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 단지 기억나는 것은 이슬람 소녀가 주인공이란 것 정도였다. 마블과 DC 코믹스에서 아시안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말이다. 아시아 시장이 커지고, 인종 차별 등의 문제가 엮이면서 일어난 일이다. 기존 캐릭터에 새로운 캐릭터까지 더해지면서 너무 복잡해져서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일단 이번에는 미즈 마블이라도 따라가고 싶다.
마블과 DC 코믹스를 조금씩 읽거나 사 모으지만 수십 년 동안 쌓인 것을 쫓기엔 나의 능력이 부족하다. 어린 시절 추억의 캐릭터들이 나오는 것 우선으로 모았는데 이제는 조금 바뀌었다. 영화조차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즈 마블>도 디즈니+에서 최근 방영하고 있는 모양인데 아직 보지 않았다. 보고 읽어야 할 책들이 점점 늘어난다. 현재 <미즈 마블> 시리즈도 4권까지 번역되어 나와 있다. 그렇게 많은 분량이 아니라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지만 어떨지 모르겠다. 읽게 되면 간단하게 감상을 남기고 싶다. 이 만화를 읽으면서 아주 익숙한 문화를 만났기에 다음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다.
이 만화의 주인공 카말라 칸은 어벤저스 덕후다. 팬픽 사이트에 자신만의 팬틱을 올릴 정도다. 현재 성공한 팬픽은 일반 시장으로 출간될 정도다. 카말라가 자신이 쓴 글이 많은 조회를 기록한 것을 보고 기쁘하는 장면이 나온다. 온라인과 집밖에서 그녀는 일반 미국 소녀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집에 들어오면 파키스탄 이슬람 가정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된다. 열여섯 소녀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두 문화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식탁 풍경 중 재밌는 장면이 하나 있다. 취직하지 못한 오빠가 율법에서 금지하는 이자를 받는 것을 말하는데 아버지는 금융권에서 일한다. 율법의 방패 뒤에 숨겨진 취업하지 못한 현재가 있다. 이 만화는 이런 문화적 차이를 드러내는 장면들이 곳곳에 나온다.
히어로 물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그들이 어떤 능력을 발휘할까 하는 것이다. 그 능력을 얻게 되는 과정도 나온다. 카말라는 부모가 외출을 금지한 밤에 나갔다가 인휴먼을 각성시키는 안개 속에서 초능력을 얻는다. 이 장면에서 캡틴 마블과 캡틴 아메리카 등이 등장하지만 주로 캡틴 마블과 대화한다. 그리고 껍질을 깨고 나온다. 그녀의 초능력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외모만 놓고 보면 그녀가 바라는 금발의 미녀인 캡틴 마블을 닮았다. 그런데 그녀의 변신은 자신이 바라는 데로 이루어진다. 크기 조절도 가능하다. 아주 작아지거나 아주 커진다. 순간 ‘앤트맨’이 떠올랐다. 부분적으로 손만 커져 상대방을 손아귀 속에 잡는 것도 가능하다. 미즈 마블의 공식 첫 활동은 술에 취해 물에 빠진 친구를 커진 손을 넣어 퍼올리는 것이다.
각성했다고 그녀의 삶이 완전히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는 여전히 부모의 간섭을 받고, 외부 활동은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한다. 능력에 대한 정확한 측정도 필요하다. 친구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도움을 요청한다. 기존 히어로와 다른 점 중 하나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알고, 활용도를 높이고, 가족의 문화 속에서 아직은 살아야 한다. 이 만화의 작가들은 이것을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으로 잘 포착해 보여준다. 아직 미즈 마블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펼쳐지지 않았고,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던 어벤저스와도 만나지 않았다. 다음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만화가 의미하는 바도 생각할 것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