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의가 모이는 밤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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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전이의 살인>을 읽은 힘들게 읽은 적이 있다. 내 회색 뇌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대표작인 <일곱 번 죽은 남자>는 책장에 몇 년째 고이 모셔 두고 있다. 작가의 다른 책을 검색하니 낯익은 책들이 보인다. 절판된 책들이 많은데 사 놓은 책들이 보인다. 다행이다. 물론 없는 책도 있다. 작가 후기를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조인계획>의 설정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얼마 전 이 소설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설정이 비슷한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주 다르다. 이 소설이 훨씬 어둡고 엽기적이고 황당하다.


1996년 작품이다. 아직 휴대전화가 일상화되기 전이다. 출판사가 친절하게 이 부분을 앞에 적어 놓았다. 시작부터 6명을 죽였다는 마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런데 같이 온 소노코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 마리는 소노코를 죽인 범인을 찾아 그에게 나머지 6명 살인 혐의를 씌우려고 한다. 자신이 죽인 여섯 명의 이름이 나온다. 모두 숫자가 들어가 있다.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모르겠다. 자신의 정당방위를 내세우기 위해서는 소노코를 죽인 범인을 찾아야 한다. 살인자의 추리가 시작되다. 이야기는 이 저택에 오기 전 상황부터 하나씩 흘러나온다.


마리가 어떻게 카즈노리 교수의 별장에 오게 되었는지 먼저 설명한다. 소노코가 카즈노리 교수에게 매혹되어 있다. 신문의 운세난을 보고 그 별장으로 가야 한다고 우겨, 편도 3시간 길은 나섰다.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이 별장 바로 위에 유명한 호텔이 새롭게 개장했다. 처음엔 이 호텔에서 살인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마리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카즈노리 교수의 별장에 어떻게 여덟 명의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는지 나온다. 이들이 모이게 된 사연도 어떻게 보면 황당하다. 수상하다. 누구 하나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뭐 여섯 명을 죽인 마리도 그렇지만.


별장의 살인과 다른 살인 무대가 하나 더 있다. 호스티스 연쇄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미모로라는 형사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는 수사하는 중 토모에라는 호스티에게 반해 그녀 집을 찾아갔다가 그녀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본다. 당연히 들어가서 말려야 하지만 막지 않는다. 왜 막지 않았느냐 하는 변명이 구구절절 흘러나오지만 사실 여부와 관계없는 일이다. 집에 돌아와 쉬고 있는데 이 살인사건으로 연락이 온다. 피살자가 이전에 그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잇고, 그의 집이 근처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다른 사체 한 명을 더 발견한다. 이 의문의 여인이 토모에를 죽이고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했다고 수사를 종결하려고 한다. 실제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는 미모로는 진범을 쫓고 싶다.


소설은 두 살인무대를 배경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두 시간이 미묘하게 다르게 흘러가는데 어느 순간 이 사실이 드러난다. 별장으로 가는 길과 호텔로 가는 길이 막혔다는 주장이 수상하다. 이 길 막힘이 수상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카즈노리 교수의 별장을 지키는 이오스미도 마찬가지다. 소노코가 분명히 아침에 오늘의 운세를 보고 카즈노리 교수와 통화를 했다고 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마리는 스스로 자신이 카즈노리 교수와 밀월관계라고 말한다. 교수의 부인과 만난 적도 있다. 소노코의 요청 때문에 별장에 전화했을 때 교수 부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시간들이 미모로 형사의 수사와 연결되면서 기억이 새롭게 재정립된다.


수상한 사람들의 모임, 우발적으로 이어지는 연쇄살인, 예상하지 못한 친구의 사체와 다른 살인무대 등이 엮이고 꼬였다. 기이한 살인 사건과 상해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정보가 미모로를 통해 알려진다. 마리가 여섯 명의 사람을 죽이는 과정은 한 편의 코미디 같다. 잔혹 코미디다. 이 살인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겠다는 의도도 정상이 아니다. 뒤틀린 상황과 심리가 강하게 바닥에 깔려 있다. 제목 그대로 살의가 모인 밤이다. 그리고 이 밤에 모인 사람들의 정체도 의심스럽다. 뒤에 가면서 밝혀지는 진상과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은 선입견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작가의 트릭에 완전히 당할 수밖에 없다. 모두 읽고 앞으로 돌아가 확인할 것이 많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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