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권도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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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작가 스릴러 소설 시리즈 중 두 번째 소설이다. 낯선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검색하니 예전에 재밌게 읽은 소설 한 권이 보인다. 현재 절판된 <세이브 미>란 소설이다. 이전 소설도 재밌게 읽었지만 이번에도 대단한 가독성을 자랑한다. 650여쪽이라 시간이 좀 걸리지만 아주 잘 읽힌다. 두툼하다 보니 읽으면서 어떤 대목은 좀더 압축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모두 읽은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소시오패스를 배경으로 두고, 한 정신과 의사를 극단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이 소시오패스가 누굴까? 제목만 보면 너무 뻔한 인물인 것 같은데 읽으면서 범인상이 바뀐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을 만난다.


정신과 의사 에릭은 뛰어난 의사다. 정신과 과장을 맡아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소설 초반에 그와 그의 과가 이룬 성과가 나온다. 전국 2위라는 대단한 업적이다. 그 전에는 11위도 겨우 달성했다. 발표 전 성적이지만 이미 병원에는 알려졌다. 병원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업무와 상관없이 그의 삶은 휘청거린다. 아내와의 이혼 문제가 가장 큰 문제다. 여기에 어느 날 갑자기 끼어든 한 소년 맥스의 상담이 문제를 더 키운다. 이 둘이 엮이고 꼬이면서 에릭의 일상을 깨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몰아간다. 그 첫 단추는 맥스의 상담에 나온 섬뜩한 이야기가 있다.


맥스와 그가 처음 만난 것은 할머니의 병이 악화되어 응급실에 왔을 때다. 할머니는 몸에 관을 삽입해 생명을 유지하길 거부하고, 맥스는 그 행위를 바란다. 엄마가 알코올 중독자인 맥스는 할머니에게 많은 것을 의존한다. 할머니는 에릭에게 맥스의 상담을 부탁한다. 상당히 싼 금액이지만 할머니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그는 맥스를 두 번 상담한다. 불안과 공포, 르네 베빌라쿠아에 대한 짝사랑 등을 표현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녀의 목을 졸라 죽인다는 말을 한다. 이것과 함께 그의 강박증이 하나 더 나온다. 제목과 같은 15분마다 머리를 때리는 행동이다. 자신의 환자에 대한 비밀을 지켜야 하는 의시의 의무와 혹시 살인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교차한다. 이혼의 불안정한 심리 속에 맥스가 아들처럼 느껴진다.


사랑했던 두 사람이 이혼하는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합의에 이른다. 명확하지 않은 합의는 분쟁의 원인이 된다. 에릭의 경우가 그렇다. 그가 선의로 진행했던 것들이 현실에서는 그를 찌르는 창이 된다. 이런 현실에서 맥스의 할머니가 죽고, 이 사실을 발견한 맥스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맥스가 자살하는 것이다. 경찰에게 맥스의 행방을 찾아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이것이 나중에 그를 옭아맨다. 에릭을 맥스를 찾기 위해 르네 주변을 맴돈다. 이때 한 행동들이 역시 문제가 된다. 그리고 르네가 목이 졸려 죽은 채 발견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맥스다.


정신과 의사 에릭이 맥스를 열심히 찾아디니고, 에릭이 르네 주변을 맴돈 사실을 경찰이 알게 된다. 경찰은 당연하게도 에릭에게 맥스에 대한 정보를 요청한다. 에릭은 이것을 거절한다. 경찰의 압박은 더욱 강해진다. 여기에 병원에서 그에게 접근했다가 거절당한 후 그를 성추행한 것으로 고발하는 사건이 생긴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에릭의 주장을 완전히 신뢰할 수만은 없다. 방어적으로 매뉴얼대로 대응한다. 이 매뉴얼은 에릭에게 입감한 독자에게 거부감을 주지만 상당히 이성적인 대응이다. 이런 문제는 또 에릭의 이혼과 딸의 육아에 영향을 미친다. 상황은 점점 복잡하게 꼬이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 이후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어진다.


에릭을 중심에 놓고 상황은 급박하게 바뀐다. 이런 상황 사이 사이에 한 소시오패스의 이야기가 살짝 끼어든다. 그 정체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재미는 힘겨운 상황에 몰린 에릭이 어떻게 이 위기를 돌파하는 지와 이 소시오패스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곳곳에 나오는 작은 유머들은 지친 마음을 살짝 위로한다. 작가는 아주 능숙하게 위기를 만들고, 힘겹게 그 위기를 넘어간다. 사건과 반전의 연속인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단계로 발전한다. 멋진 반전이지만 조금 낭만적인 마무리는 살짝 거부감이 든다. 이 작가의 소설이 더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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