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없는 맛집 한국인의 소울 푸드 맛집 1
안병익 지음 / 이가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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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신 앱을 바탕으로 맛집을 크게 다섯 꼭지로 나누고, 다시 세부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안병익은 맛집 정보 서비스 식신 앱의 대표다. 저자에 안병익과 식신이 같이 들어가 있는 이유는 빅데이터 분석과 식신 앱 사용자의 후기를 같이 실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앱을 통해 맛집을 잘 찾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여행을 가게 되면 몇 가지 앱이나 검색을 통해 맛집에 간다. 맛집의 신뢰도는 개인의 취향에 달렸는데 주변 사람들은 다른 앱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워낙 이런 정보가 넘치다보니 식당에서 높은 점수를 주면 작은 선물을 주는 경우도 있다. 혹은 인스타 등에 게시하는 조건이 붙는다. 정말 과도한 정보의 홍수다.


지금은 잘 가지 못하지만 한동안 열심히 맛집을 찾아다녔다. 그냥 우연히 들어간 집이 맛있어 계속 갔는데 알고 보니 만화 <식객>에 나왔다거나 아버지 해장을 위해 검색한 집이 나의 단골이 되었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그냥 동네 맛집이었던 것이 방송에 나오면서 쉽게 가기 힘든 집이 된 경우도 여러 번 봤다. 나만의 소중한 식당을 빼앗긴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맛집들을 아주 많이 알게 되었지만 이미 내가 다니거나 다녔던 식당들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맛집 대부분이 서울에 있다는 것은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광대한 맛집들이 존재하는데 왠지 이 집들만 맛집인 것처럼 다가온다. 오히려 책에 서울판이라고 하면서 서울 식당만 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먼저 다루는 음식은 국밥이다. 순댓국, 해장국, 곰탕, 설렁탕, 육개장 등이다. 순댓국은 이 책에서 가장 서울 분량이 적다. 해장국으로 넘어가면 나의 단골 무교동북어국집이 나오는데 괜히 반갑다. 제주도에 갈 때면 한 번 가야지 하면서 대기 때문에 늘 못간 우진해장국이 생각난다. 곰탕을 보면서 주차 때문에 가지 못하는 맛집의 근황이 궁금해졌고, 그 집이 빠진 것이 놀랍지는 않다. 이렇게 기억들을 타고 넘다 보면 다양한 국밥집들의 기록과 기억이 뒤섞이면서 입맛을 다시게 한다. 문배동 육칼이 너무 맵다고 잘 먹지 못한 직장 동료 때문에 자주 가지 못한 것은 늘 아쉽다. 이제 그 지점도 이전한 것 같다.


면 음식을 정말 좋아한다. 한때 냉면에 꽂혀 서울에 유명한 냉면집 투어를 한 적이 있다. 어느 날 그 육수의 차이를 알게 되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집 근처에 있어 늘 여름이면 가던 장충동 평양면옥을 가지 않은 지 오래되었고, 을지면옥의 차고 쫄깃한 편육은 지금도 생각난다. 의정부 평양면옥의 후손인 을지면옥과 필동면옥보다 또 다른 직계가 하는 하남 스타필드에 있는 평양면옥이 입맛에 더 맞다. 입맛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그날의 몸상태가 다른 것인지. 언제 시간되면 막국수 투어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칼국수는 이미 좋아하는 식당이 있어 별로 당기지 않는다. 콩국수의 경우 너무나도 유명해진 두 집을 유명해지기 전에 먹었는데 지금은 가기 힘들 것 같다.


골목 터줏대감을 다룬 식당을 보면서 반가운 이름을 많이 발견한다. 한때 친구들과 맛있게 먹었던 닭한마리 식당이나 유명해지기 전 주말에 간 대성갈비나 후배 집에서 간단한 술과 함께 먹던 성수족발, 친구와 함께 먹었던 평안도 족발집 등이다. 솔직히 말해 닭한마리를 제외하면 그냥 동네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라고 생각했는데 방송에 나오면서 이제는 갈 수도 없는 곳이 되었다. 종로 닭한마리 식당 골목에 있는 생선구이집들은 요즘 어떤지 궁금해진다. 한때 나의 단골식당이 그곳에 아직도 있을까? 동명항 생선 숯불구이로 예전에 가 본 듯한데 정확하지 않다.


찌개를 좋아한다. 몸에 이상이 생긴 후 국물을 많이 먹지 않는 쪽으로 조금씩 식성을 바꾸지만 그래도 한국인은 국물 아닌가! 우연히 청국장을 먹은 후 단골이 되었던 식당 이름이 사직골이란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오랫동안 그 식당을 가지 않아서 더 그런 모양이다. 예전에 맛집 책에서 밥이 맛있다고 해서 간 식당이 부산식당이다. 된장찌개만 먹었는데 생태찌개가 유명한 모양이다. 고기를 다룬 장으로 넘어가면 낯선 이름이 많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고기를 그렇게 즐겨 먹지 않다 보니 가보지 않은 식당이 많다. 동네 근처도 보이는데 한 번 가보고 싶다. 웨이팅이 길다는 글은 아이와 함께 가야 하는 나의 의지를 꺾는다. 이런 책을 읽으면 가고 싶은 식당이 늘어난다. 잠깐 소개글로 대리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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