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스테이트 오브 테러
힐러리 로댐 클린턴.루이즈 페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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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힐러리 클린턴이 대중에게 더 유명하지만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루이즈 페니란 작가 이름이다. 그녀의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는 아주 매혹적인 시리즈다. 이전에 두 권 정도 읽고 그녀의 팬이 되었다. 그 후의 일은 다른 작가들처럼 책을 모으고, 읽기는 뒤로 미루는 일상으로 이어졌다. 책장 옆 책탑에 쌓여 있던 그녀의 책들이 유혹하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읽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힐러리 클린턴과 공동 집필한 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운 좋게 이벤트에 당첨되었고, 재밌게 열심히 읽었다. 읽으면서 힐러리가 경험한 정부의 일들과 현실 정치에서 트럼프 등을 연상시키는 인물 등이 나왔다. 이 부분은 이 소설이 단순한 상상력에 기댄 창작물이 아니고 아주 현실적인 사안을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정치인이 소설가와 협력해서 미스터리를 내는 것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힐러리의 남편도 유명 작가와 이미 스릴러를 내었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빌 클린턴과 재임스 패터슨의 공동 집필 소설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진짜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가 이 소설 속 주인공 엘런 애덤스로 변신했다. 앨런은 언론 재벌 출신이고, 대통령에 의해 예상하지 못한 국무장관에 발탁되었다. 첫 장면이 한국에서의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듯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언론사를 통해 선거 운동 중 얼마나 대통령을 강하게 헐뜯었는지 알려준다. 물론 이렇게 그를 공격한 이유도 나중에 나온다.


어느 날 아나히타 다히르에게 숫자로 표시된 메일이 하나 온다. 19/0717, 38/1536, 119/1848. 수상한 숫자와 메시지다. 일단 상관에게 보고한다. 정보원의 메시지가 아니란 이유로 지워라고 한다. 혹시 몰라 아나히타는 종이에 적어둔다. 그리고 유럽의 도시 런더과 파리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다. 미국은 전임 대통령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외교 괸계와 행정부 조직을 빠르게 재건해야 한다. 하지만 무능한 대통령과 그 밑에서 일한 공무원들은 이런 돌발 사항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 보통의 테러라면 테러 조직이 자신이 한 일이라고 외치면서 나타날 텐데 이번에는 그런 성명 발표조차 없다. 두 번의 테러로 그친다면 좋겠지만 상황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유럽 각국의 정보기관 관료들과 화상회의를 하면서 단서를 어떻게 찾아내려고 한다. 그러다 엘런의 아들 이름이 나온다. 테러 조직에 잡혔다고 탈출한 적이 있기에 모두 그가 어떤 단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들 길은 엄마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때 국무부 직원인 아나히타가 숫자의 비밀을 밝혀낸다. 이 정보를 상관에게 보고하려고 하지만 막힌다. 그녀는 두려움을 느낀다. 이 정보를 어떻게 해서라도 전달해야 한다. 상황이 아주 긴박하게 전개된다. 엘런에게 전달된 이 정보는 각국의 정보기관에 알려진다. 그런데 테러가 예정된 버스에 빌이 타고 있다. 그는 다른 단서를 쫓아 그 버스를 탔다. 다른 전화는 무시하고, 여동생의 전화만 받는다. 버스에 폭탄이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사람들에게 이 위험을 알리려고 한다.


세 번의 폭탄 테러. 하나의 메시지. 아나히타의 부모가 이란 출신이란 이유로 감금되고, 심문을 받는다. 아니히타도 마찬가지다. 누가 이 정보를 보냈는지, 혹시 스파이가 아닌지 묻는다. 과거의 기록들이 그녀를 휩쓴다. 장관은 에어포스3을 타고 폭탄이 터진 프랑크푸르트로 간다. 길이 좇는 인물이 누군지, 혹시 이 폭탄 테러의 배후가 누군지 알고 싶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감정은 사랑하지만 틀어진 아들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일정에 엘런은 그녀의 절친이자 고문인 벳시와 암호 메시지를 받은 아나히타를 데리고 간다. 길에게 그가 쫓던 일에 대한 정보원을 묻지만 대답이 없다. 다만 샤라는 파키스탄 핵물리학자의 이름이 정면에 등장한다. 샤와 엘런은 악연으로 이어져 있다.


엘런은 핵 폭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거침없이 나아간다. 이란에 가고, 파키스탄도 간다. 나중에는 러시아까지 간다. 이 모든 국가가 그녀의 방문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미국 본토에서 핵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녀가 외국을 돌면서 단서를 찾아다닐 때 벳시는 엘런의 요청으로 샤를 풀어주는데 공헌한 정보 관료를 찾아내려고 한다. 죽음의 무기 상인을 풀어준 인물은 전임 대통령이지만 그를 조종한 사람들은 다른 인물이다. 작가는 전임 대통령 던을 상대방 약점 파악에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업무 능력은 형편없다고 깎아내린다. 현실적이지만 사심 가득한 표현들이 나온다. 만약 핵폭탄이 미국 안에서 터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극우주의자는 이들의 죽음을 순교로 본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정말 섬뜩하다. 한국의 극우들 모습이 겹쳐지면서 더 무섭게 다가온다.


두 작가의 후기를 보면 어떻게 이런 공동집필이 가능했는지 알려준다. 소설 속에 등장한 인물의 이름들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미국 행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곳곳에 녹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대목들이 많이 나온다. 루이즈 페니의 필력은 이것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여기에 그녀가 탄생시킨 아르망을 카메오로 등장시킨다. 재밌다. 몇몇 설정에서 황당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지만 긴박하게 몰아치는 이야기는 책에서 쉽게 눈을 뗄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보면 속편을 기대하게 한다. 힐러리의 남편 빌도 속편을 내었다고 하니 이 공동 집필자들도 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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