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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지식사전 - 애호가들을 위한 위스키 상식 324
한스 오프링가 지음, 임지연 옮김 / 미래지식 / 2022년 4월
평점 :
나는 술을 잘 못 마신다. 소주 한 잔에 얼굴이 붉어지고, 몇 잔 더 마시면 잠든다. 술을 잘 마시고 싶었지만 몸이 받아들이질 못한다. 그래도 사람들을 만나 한 잔 하면서 나누는 이야기가 좋았고, 야구를 보면서 맥주 한 캔 먹고 잠드는 것을 즐겼다. 이런 내가 위스키란 술을 제대로 알 리가 없다. 속된 말로 양주로만 알고 있었다. 위스키와 코냑의 차이도 모르고, 싱글 몰트 위스키란 것도 겨우 몇 년 전에 알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발렌타인’이나 ‘시바스 리갈‘같은 위스키가 블렌디드 위스키란 사실도 그때 알았다. 뭐 이때도 살짝 아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위스키의 문을 살짝 열어주었다. 아마 술을 잘 마셨다면 크게 열렸을 것이다.
위스키 관련 주요 관심 주제를 9장 324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위스키를 즐겨 마시지도 않고, 투자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나의 관심은 위스키가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지, 숙성이 많이 된 위스키가 더 좋은 술인지 등 기초적인 정보가 더 궁금했다. 작가는 이 부분을 아주 간략하면서도 잘 알려준다. 재료는 당연히 맥아가 주다. 내가 관심을 가졌던 싱글 몰트 위스키는 100% 맥마로 제조한다. 옥수수나 밀 같은 곡물이 원료인 위스키도 있다. 이들을 혼합해 병입한 위스키가 바로 블렌디드 위스키다. 단순히 설명했지만 제조 공정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소한 재미와 정보도 깨 많다. 위스키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어딜까? 예상 외로 인도였다. 가장 많은 양의 위스키를 생산하지만 거의 대부분 내수로 사용되고, 수출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어딜까? 빅 파이브는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이다. 의외의 나라가 두 곳 있다. 캐나다와 일본이다. 일본 위스키가 상당히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책에 나올 정도 수준인지는 몰랐다. 작가는 이 이외에도 위스키를 생산하는 많은 나라들을 말한다. 생각하지 못한 나라들이 나온다.
한때 나의 무지는 와인과 위스키의 제조 공정이 같다고 생각했다. 증류주와 희석주와 발효주의 차이도 몰랐다. 다른 사람들의 설명을 듣고 겨우 조금 아는 수준이 되었다. 맥아 등을 증류한 후 오크통에 일괄적으로 넣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통과 제조 공정이 가미된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어떤 나무를 사용해 오크통을 만드는지, 오크통 내부에 어떤 작업을 하는지 이번에 알았다. 그리고 이전에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다른 술통을 위스키 통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배웠다. 오크통 속에 베여 있는 것을 진동으로 긁어내어 다른 위스키 원액과 섞어 또 다른 위스키를 만든다고 할 때 상당히 재미 있었다.
실제 우리가 알고 있는 위스키가 제조된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200년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 위스키를 전혀 모를 때는, 아니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숙성 연수가 오래 된 위스키가 더 좋은 술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개인의 취향과 입맛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했는데 아직은 모르겠다. 다른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발렌타인 30년 산을 마셨을 때 그 묵직하고 밀도 높은 맛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 첫 맛을 다시는 느끼지 못했다. 30년 산을 계속해서 마실 재력도 되지 않고, 그렇게 술을 자주 마시지도 않고. 싱글 몰트 위스키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이 이후였다.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이 지식사전을 읽으면서 원문에 나온 내용인지, 편집 중에 들어간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내용들이 나온다. 샷 글라스 설명에서 “한국에서는 ‘샷잔’으로 불리고 있다”는 내용 때문이다. 그리고 258번째 질문에서 국내는 어디에서 위스키를 구입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과 답을 보면 전혀 저자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주석으로 들어갈 부분이 본문에 들어간 것 같다. 남대문 수입 상가를 추천한다는 글을 보면서 이 책을 펜데믹 이전에 알았다면 입국할 때 면세점에서 위스키를 매번 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랬다면 아마 지금 작은 잔에 위스키를 조금 따라 놓고 취한 듯 취하지 않는 듯하면서 이 글을 썼을 것이다.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어 내가 완전히 소화를 못하지만 옆에 두고 궁금할 때 펼쳐서 정보를 얻고, 혹시 외국에 나가게 되면 한 병 정도 부담 없이 사 올 수 있을 것 같다. 위스키를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