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 제4의 벽 에디션 세트 - 전8권
싱숑 지음 / 비채 / 2022년 1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말해 이 웹소설이 비채에서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다른 판타지 웹소설처럼 다른 판타지전문 출판사에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이 판타지를 원작으로 한 웹툰이 네이버에 연재되고 있다. 처음 한동안 이 웹툰을 따라갔는데 매주 한 편씩 나오는 이야기 때문에 어느 순간 멈추었다. 어느 정도 쌓이면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원작은 워낙 길어 조금 주저하고 있었다. 이번 출간본도 이전처럼 시간이 넘쳐난다면 Part 1 정도는 2~3일이면 충분할 테지만 지금은 아니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읽다가 다른 책으로 넘어갔고, 또 한 권씩 읽었다. 모두 읽은 지금 9권을 기다린다. 아니 전자책으로 가야 하나?


웹 판타지를 가끔 읽지만 지식이 풍부하지는 않다. 다른 독자들이 읽은 감상을 본 후 읽을 소설을 선택한다. 웹툰을 보다 원작으로 넘어간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전에 좋아했던 작가들의 무협 등에 더 눈길을 준다. 그런데 시장의 흐름이 바뀌면서 판타지 시장이 더 커졌다. 장르가 뒤섞인다. 실제 <전지적 독자 시점>도 판타지의 외형 속에 무협의 요소를 곳곳에 녹여 놓았다. 지식이 미천한 나는 이 소설이 성좌물의 시초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대박 이후 많은 아류작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시장에서 흔한 일이다.


일단 작가의 필력이 좋다. 최근에 판타지 소설가들의 뛰어난 필력에 빠져 정신없이 읽은 적이 많다. 설정에서 허점이 보이지만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능력이 좋은 작가들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하지만 하나 같이 장편이라 손을 데기 힘들다. 이 소설도 처음엔 그랬다. 웹툰으로 어느 정도 본 소설이라 웹툰의 이미지가 나를 조금씩 잠식했다. 내가 그린 이미지가 아닌 웹툰의 이미지가 나를 삼킨다. 웹툰의 김독자 이미지를 생각하면 극 중에 나온 ‘못 생긴 왕’이란 별명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한 장면들을 그 이상으로 표현한 그림을 보면 감탄한다. 한국 판타지 웹툰에 폭풍을 몰고 온 <나 혼자만 레벨업>이 바로 떠오른다.


설정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하다. 서울 시민들이 어느 날 시나리오 속으로 들어가고, 이 시나리오를 끝내야 살아남는다. 시나리오는 난이도, 제한시간, 보상, 실패시 등의 조건이 나온다. 메인인지 서브인지도 표시된다. 히든 시나리오도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부터 잔혹하다. 생명체를 죽여야만 살 수 있다. 여기에는 작은 트릭이 숨겨져 있다. 사람이 아닌 생명체란 것이다. 그런데 이 시니라오의 결말을 알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주인공 김독자다. 그는 3149회가 넘는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을 끝까지 읽은 유일한 독자다. 이 장편 판타지의 주인공은 유중혁이란 회귀자다. 독자가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유중혁이 죽으면서 이 상황이 사라지는 것이다. 독자는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면서 유중혁이 죽어서 회귀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원작을 끝까지 읽었고, 원작의 텍본을 원작자에게 받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원작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실제 웹툰도 원작에 없는 성좌들이 등장하는 모양이다. 독자가 알고 있는 미래는 세부적인 곳에서 조금씩 차이가 난다. 시나리오를 끝까지 깨트러야 하지만 각 시나리오의 단계가 그의 예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그는 누구도 가지지 못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제4의 벽’이다. ‘책갈피’ 스킬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두 스킬은 특별한 능력 없는 평범한 회사원을 최고의 화신으로 만든다. 화신은 수식언을 가진 성좌의 힘을 빌려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 수식언을 보고 그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다. 가끔 바로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장대한 이야기의 초반부를 이제 읽었다. 김독자의 모험은 이제 시작이다. 원작에 기대 조금씩 바뀐 시나리오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멋진 모험극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찾아본 서평들의 몇 부분을 이번에 확인했다. 마지막까지 이 설정과 긴장감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정말 대단한 판타지가 될 것 같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것이 이 소설의 확장 가능성을 더 높인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수영이다. 초반에 한수영을 보고 빨리 죽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의 예상과 다른 전개다. 냉혹하고 잔혹한 환생자 유중혁의 조금씩 변하는 심리는 또 어떤가? 제4의 벽이 과연 어떤 존재인지도 계속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시간이 되면 바로 끝까지 달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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