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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내가 달라졌다 ㅣ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2년 2월
평점 :
다섯 명의 작가가 10대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단편소설집이다. 이번 단편집에 참여한 다섯 작가들은 이미 다른 소설집이나 장편으로 만난 적이 있다. 그리고 각 작가들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 이 작가들이 다루고 있는 장르도 모두 다른데 이것이 이 단편소설집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어떤 단편은 살짝 미스터리하고, 어떤 단편은 sf적인 요소가 강하다. 하지만 각각의 신체 부위(가슴, 눈, 머리카락, 발, 손 등)에 대한 10대의 고민 등을 사실적으로 다루면서 신체 변화에 대한 섬세한 심리를 그려낸다. 독자 각각의 경험에 따라 각각의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가 다를 것이다.
이번 단편집에서 가장 마음에 든 단편은 정해연의 <가슴, 앓이>다. 조영주의 <열네 살, 오드아이>도 상당히 좋았다. 다른 세 편도 나쁘지 않았지만 조금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어쩌면 내가 그 이야기 속에 완전히 빠져들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정해연이 <가슴, 앓이>가 가장 마음에 든 것은 한 장면을 아주 멋지게 연출했기 때문이다. 구부정한 몸, 가슴에 꼭 껴안은 가방, 그리고 으슥한 밤거리와 얼굴을 가린 남자. 뭔가 사건이 터질 것 같은데 선하가 안고 있던 가방만 들고 도망친다. 이때 선하를 도와준 이웃이자 새로 전학온 친구 지세린의 등장. 가슴이 커서 고민이라는 선하가 날라리처럼 옷을 입는다고 몰래 뒷담화하던 지세린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부각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훈훈하고 유쾌하다. 지세린의 구체적인 조언과 선하의 노력이 만들어낸 현재 모습은 나의 선입견도 살짝 바꾼다.
조영주의 <열네 살, 네 사랑 오드아이>는 인싸가 되기 위해 서클렌즈를 낀 열네 살 규리 이야기다. 친구들 때문에 오랫동안 서클렌즈를 끼면서 결막염이 생긴다. 두툼한 안경을 낀 그녀를 한때 친구라고 말했던 아이들이 왕따시킨다. 서클렌즈를 끼면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현실은 이야기 앞부분에 나온 계급 나누기와 비하의 연장선일 뿐이다. 그러다 규리 대신 민기라는 학생이 학폭의 대상이 된다. 규리는 자신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 안심하지만 불편하다. 아주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우연히 학교 밖에서 만난 민기와 가까워지는 규리의 모습은 풋풋하고 조심스럽다. 제목을 중의적으로 사용해 살짝 작은 재미도 남긴다.
장아미의 <소녀들의 여름>은 자신의 감정보다 함께 어울리는 친구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 하연의 이야기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그러다 그 아이돌의 춤을 추는 짧은 머리의 세아를 본다. 끌린다. 화장품 가게의 도둑질을 들켜 문제가 될 때 세아가 도와준다. 세아의 다른 친구들을 만난다. 하지만 하연과 세아 친구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산다. 이것이 작은 갈등을 불러온다. 작가는 갈등을 부풀리고, 사건을 억지로 만들어내기보다 그 소녀들의 여름 한 순간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무론 갈등과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명섭의 <꿈속을 달리다>는 다리를 이식받은 창욱의 이야기다. 이 다리는 다른 사람의 기억을 담고 있다. 이와 비슷한 스릴러들이 한때 유행한 적이 있다. 심장이나 눈 등을 이식받은 사람들이 느낀 감정이나 본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들이다. 다리의 이전 주인이 어떤 인물인지 모르지만 창욱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달린다. 흔한 전개이지만 곳곳의 섬세한 설정 등이 나의 시선을 끈다. 김이환의 <지아의 새로운 손>도 sf 요소가 강하다. 기계손을 이식한 지아에게 부모는 사람 손으로 이식을 요청한다. 기계손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다른 세계에서 온 리나를 만난 후 나노기술이 일어키는 문제를 본 후 생각이 바뀐다. 이 소설에서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지아와 리나가 살고 있는 두 문명의 현실이다. 돈이 필요없고 우선권만 있는 지아의 세계와 돈을 벌어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겨우 가질 수 있는 리나의 세계다. 이 두 세계를 엮고 꼰다면 어떤 이야기가 흘러나올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