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장마르크 로셰트 지음, 조민영 옮김 / 리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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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의 작가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제목과 소재가 늑대다. 이 만화를 읽으면서 내 속에 굳어 있던 늑대에 대한 선입견 하나를 발견한다. 중세 이후 늑대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으로 치부하고, 늑대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 책들에 너무 기울어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늑대의 종류나 환경 등에 따라 구분해야 하는데 너무 일괄적으로 받아들인 것도 같다. 이 만화에서 늑대는 양을 공격한다. 필요한 음식을 위해 한 마리만 죽인다면 나의 기존 지식이 맞겠지만 상당히 많은 수의 양들을 죽인다. 여기서부터 나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진다.


양치기 가스파르는 자신의 양들을 공격한 늑대를 총으로 사살한다. 어미 늑대는 죽이지만 새끼 늑대는 아직 어려 죽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 늑대는 자라 어른 늑대가 되고, 가스파르의 일상은 그대로 진행된다. 그리고 가스파르의 일상이 다른 사람과의 만난 속에 조금씩 흘러나온다. 외아들은 군인이었는데 말리에서 전사했고, 아내는 이 사건으로 정신을 놓았다. 이런 그에게 삶은 양치기 개 막스와 양들을 키우는 것에 한정된다. 늑대와의 공존을 묻는 말에 그는 양치기와 늑대는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 늑대가 양들을 공격했을 때 일어난 막스와 양들의 죽음은 중반 이후 늑대와의 대결로 발전한다. 이 양들의 죽음에 대해 책 마지막에 나오는 해설은 늑대의 공격보다 인간이 양들을 그런 방향으로 길들였기 때문이란 것이다. 생각에 잠긴다.


프랑스에서도 험준하기로 소문난 에크랑 국립공원. 한 겨울 아주 높은 곳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늑대의 대결을 중반 이후 그린다. 늑대는 영리하게 총의 사정거리를 벗어나 있고, 가스파르는 이 영리한 늑대를 계속 쫓는다. 서로의 복수심이 엮여 있다. 가스파르는 어미 늑대의 원수고, 늑대는 가스파르의 개와 양들의 원수다. 험준하고 날씨가 가혹한 환경 속에 인간과 늑대의 대결은 계속 이어진다. 그러다 몰아친 눈폭풍은 추위와 고립을 불러온다. 며칠 동안 이어지는데 앞사람이 남겨둔 초와 물이 없었다면 그는 동사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맹추위 속에서 가스파르는 환상에 빠진다. 막스와 죽은 아들 다미앵을 만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예상과 달라진다.


읽다 놓친 부분 중 하나는, 아니 작가의 연출에 의해 착각한 것 중 하나는 새끼 늑대라 가스파르를 증오하고 죽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온전히 가스파르가 하얀 늑대에 대해 품고 있는 감정과 이어져 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 오게 되면 우리가 생각한 것들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게 된다. 늑대의 입장이 아닌 인간, 그 중에서도 가스파르의 감정에 너무 빠져 있었다. 이 감정을 벗어난 후에 보여주는 평화로운 모습은 대립이 아닌 늑대와의 공존이다. 사실 이 부분을 보면서 다시 첫 부분에 늑대들이 양들을 죽였던 장면을 떠올린다. 어떤 것이 사실일까?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장면일까? 묵직한 그림체와 함께 나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멋진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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