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리그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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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메이드 인 강남>에서 노골적으로 상류층의 욕망을 그려낸 작가가 이번엔 서초동 검찰로 그 시선을 돌렸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상황들을 보면 현 정권의 검찰 개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 소설을 그 부분만 확대해서 보여준다. 읽다 보면 몇몇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지만 특별하게 한정할 수는 없다. 사실에 기반을 둔 채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해 서로 다른 욕망을 품은 검찰의 현실을 간결하지만 강렬하게 표현했다이 사모펀드 사건을 다루면서도 언론이 검찰총장의 조사는 충격적이고 신기하게 다루지만 “피해자들의 사연에 대해서 일언반구, 가타부타 언급도 없었다”는 대목은 왜 이런 사건들이 그렇게 쉽게 잊혀지는지 알려준다. 읽다 보면 씁쓸함과 분노와 작은 통쾌함이 교차한다.


한국 사회의 상위층은 학연, 지연 등이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소설 속 주인공 백동수 검사는 소위 말하는 SKY출신이 아니다. 지방 검사 생활을 전전하다 2년 전 서초동으로 발령이 났다. 그에게 부장검사 한동현이 다가온다.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대표 박철균의 자살 사건을 검창총장 김병민과 엮기 위해서다. 그를 선택한 이유는 지방을 전전한 이력과 아직 권력의 손길을 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읽다 보면 속내가 다른 쪽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목적을 위해 휘두르는 칼로 잠시 사용하고, 용도가 다 하면 폐기하겠다는 의중 말이다. 절박하게 공부해서 성공을 바라는 백동수에게 한동현의 제안은 솔깃한 것이다. 현직 검찰총장을 기소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모디빅을 운영하던 박철균의 자살은 분명한 법의학적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적 타살의 가능성은 있다. 그를 죽음으로 내몬 배후로 김병민 검찰총장을 엮으려고 한다. 한동현은 백동수에게 901호를 내어주고, 백지 소장을 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국 검찰에 대한 반감이 더 높아진 것은 바로 이런 대목들 때문이다. <검사내전>으로 검사들의 삶을 아주 멋지게 그려낸 전직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 고발사주 의혹을 받아 한 동안 정국이 어수선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소설이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작가는 아주 묵직하고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사건들을 이 소설 속에 간단히 욱여넣었지만 세부적인 곳까지 파고들지 않는다. 권력의 다툼, 야합, 살고자 하는 반격 등을 다루면서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전작에서도 하나의 사건으로 간결하게 다루면서 재미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도 그런 부분이 있다.


이 소설에서 백동수가 반격을 위해 사용한 것이 법조 기자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반전을 시도한다. 높은 곳에 계신 분들이 서로 야합하는 사이 완전히 팽 당한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재밌는 것은 그 기자를 연결해준 것도 한동현이란 것이다. 수사를 하면서 정치적 목적 이외는 모두 버렸던 것을 다시 모았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그가 지방 검사 생활을 하면서 빡세게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동 리그 검사(특수부)들이 얼마나 널널하게 일하는 지 알려주는 대목은 승자독식 사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검사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 지는 곳곳에 검찰 지상주의가 곳곳에 보이는 <검사내전>에 잘 나와 있다. 비판적으로 읽는다면 검사 생활을 엿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검찰개혁의 기치를 내세운 두 세력이 나온다. 김병민과 한동현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서로 칼을 겨룬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으로 만나고, 내일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정의를 외쳐야 하는 검찰이 욕망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둘은 보면 검찰개혁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들을 정적을 해치우는 칼로 쓰려고 하는 권력자가 더 돋보인다. 다시 앞에 나온 사모펀드의 피해자보다 기소된 검찰총장에 초점을 맞춘 언론 이야기로 돌아가게 된다. 언론인보다 기레기란 단어에 더 익숙해진 한국 언론을 생각하면 더 암담해 보인다. 물론 검찰처럼 모든 기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늘 우리가 말하는 것처럼 소수가 전체 물을 흐리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초동이 상징하는 의미와 한국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재밌지만 씁쓸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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