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의 역사 - 음식에 인생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
윌리엄 시트웰 지음, 문희경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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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디서 음식을 먹을까? 하고 고민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어디서 시켜 먹을까? 고민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그래도 특별한 날이면 집밖으로 나가고 싶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외식은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집밖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아주 특별한 일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외식 문화에 대한 역사를 다루고 있다. 고대 폼페이의 5번가에서 시작해 현대의 음식점까지 말이다. 작가가 보여준 폼페이의 음식점 모양이 현재 이탈리아 식당과 비슷하다는 것은 재밌는 지점이다. 그리고 영화 등에서 고대나 중세 인물들이 음식을 너무 쉽게 사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이 역사와 다른 부분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 시대에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나 집밖으로 나가 음식을 사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희귀한 일인가를 생각하면 말이다.


현대적 의미에서 식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 음식점이 생기고, 음식의 질이 높아진 것은 프랑스 혁명 이후라고 말한다. 귀족들의 죽음으로 귀족들의 요리사가 먹고 살기 위해 식당을 차렸다는 의미다. 그 이전에는 숙소와 식당을 같이 운영하는 형태였다고 알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화폐의 역사와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영화 등에서 흔하게 보는 동전 등이 제대로 유통된 것이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이 책에서 말하는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도 외식이라기 보다 잠시 머문 곳에서 제공하는 음식일 뿐이다. 수도원 같은 공간이 이런 여행자에게는 숙식을 제공하는 안전한 장소였다는 것도 같이 나온다.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이야기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재밌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산업혁명이 음식의 풍경을 바꾸었다고 말한 대목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기 시작한 것은 중반 이후였다. 글렌 벨의 타고 이야기나 초밥 컨베이어벨트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내가 경험한 세계와 하나씩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 나온 이야기들은 책으로, 이야기 등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이때부터는 내가 가끔 사먹는 공간과 음식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회전초밥과 초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가다랑어의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현실을 지적한 것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만 푸아그라나 캐비어나 샥스핀 요리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아마 영국에서 이런 음식이 아직 대중적이지 않거나 금지된 부분이 많아서 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이 책이 음식의 재료를 중점으로 다루는 책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말이다.


세계 최악의 음식을 파는 나라라는 오명을 가진 영국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셰프들은 영국 출신이 많다. 이렇게 된 유래를 따라가는 작업은 흥미진진하다. 너무나도 형편없는 음식을 파는 영국을 보고 로스차일드 집안에서 음식과 재료 등을 수업받은 요리사가 다른 형제와 함께 런던에 식당을 차려 좋은 요리사를 배출했다는 대목은 재밌다. 그들 밑에서 수업 받은 요리사가 미슐랭 별을 세 개나 받을 때 그들은 한 개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의아하다. 사업에 성공한 두 형제가 서로 갈라선 대목에 이르게 되면 동업이란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미슐랭 별 때문에 자살한 요리사 이야기가 나올 때 일본 추리소설에서 본 것이 결코 헛된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된다. 재밌는 것은 그 셰프의 자실 이후에도 별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리와 정치를 엮은 부분을 읽으면서 마약을 흡입했다는 이야기에 놀란다. 시대의 특성이었을까? 지역 농산물과의 유대를 강조한 워터스의 셰파니스는 아주 오래된 식앙이지만 그녀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고, 이 노력은 다양한 형태로 하나의 운동이 된 것 같다. 음식 평론가들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데 이들의 권력 일부가 블로거로 넘어갔다고 지적하고, 인스타그램에 맞춘 식당과 음식으로 진화한다고 한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맛집 방송이 가진 힘을 여전히 경험하고 있고, 그것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더욱 퍼지면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변하는 현실은 그곳을 음식이나 가격 등은 중요한 일이 아니게 한다. 셰프를 연예인처럼 만든 방송은 재미는 있지만 과연 출연진이 감탄하는 그대로의 맛이 나올까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마케팅하는 열을 올리는 현실에서 소박한 식당의 두 자리를 예약하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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