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아이
시게마쓰 기요시 지음, 권일영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정말 오랜만에 시게마쓰 기요시의 소설을 읽었다. 그의 작품을 모두 읽지 않았지만 아주 강렬한 느낌을 받은 몇 작품 때문에 늘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다 아주 자극적인 표지와 섬뜩한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이 눈에 띄었다. 7년 전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반 학생들을 독살한 사건이다. 단순히 그 사건을 파헤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가는 7년이 지난 후 이야기를 풀어낸다. 가장 먼저 가족을 묻고,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도 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재혼으로 만들어진 부자 사이를 말이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는 대체 자식의 무엇을 믿어야 하고 어느 부분을 읽어 내야만 하는 걸까” 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와 관련된 사건이 터지면 항상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내가 가해자의 부모라면, 혹은 피해자의 부모라면 하고. 현재 모습을 보면 사이코패스의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가해자 가족이 된다면 어떻게 피해자 부모에게 사과하고 아이를 바르게 키울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한다. 하지만 피해자라면 어떨까? 현실에서 마주한 수많은 사건 사고를 보면서 내 속에서 강하게 꿈틀거리는 분노를 발견한다. 그 피해의 정도에 따라, 그 가해자의 사과 여부와 재발 가능성에 따라 그 분노와 행동은 달라질 것이다. 물론 이것은 머릿속 상황일 뿐이다. 작가는 보통 이렇게 흘러가는 이야기 대신 더 끔찍한 상황을 설정하고 풀어낸다. 어떤 대목은 전혀 가슴에 와 닿지 않지만 머릿속은 그 가능성에 서늘해진다.


한적한 뉴타운 아사히가오카의 한 중학교에서 급식 독살 사건이 생긴 지 7년이 지났다. 급식 살인 사건의 가해자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다. 아이들이 독에 중독되어 죽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웃는다. 왜 이런 짓을 했을까? 독극물은 어디에서 구했을까? 경찰 발표에 나온 것을 보면 보통의 사이코패스와 별 차이가 없다. 작가는 단순히 이 소년을 뒤쫓기보다 재혼 후 가족이 된 중학생 아들 하루히코와의 관계에 더 집중한다. 피가 아닌 법률에 의해 가족이 된 후 그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결혼 전 하루히코가 학교에서 당한 학폭 등을 감안해서 이사하고, 싼 가격에 산 집을 리모델링해 나름 세심한 배려로 집을 지었다. 그리고 이사 와 보통의 화목한 듯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7년 전 사건에서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들을 목요일의 아이들이라고 불렀다. 미성년자 사건이다 보니 얼굴이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고, 얼마 전 풀려났다. 시미즈와 새가족들이 이사한 동네에 이 사건의 가해자 주택이 있었는데 그곳에 갔다가 하루히코를 보고 이웃집 아줌마가 놀란다. 자세히 보니 닮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학교에서도 하루히코를 보고 당시 선생이 기절한다. 전학 당시 분위기가 닮은 점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시미즈에겐 충격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 하루히코가 아닌 옆집 여학생 마야에게 듣는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집에서 키우던 개가 그 독극물로 죽었다. 이렇게 7년 전 사건 가해자의 그림자가 서서히 그 마을을 덮는다.


시미즈는 어느 날 편의점에서 학생들이 그 사건의 범인 우에다를 님까지 붙여 속삭이는 것을 듣는다. 만화 잡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쪽지가 끼워져 있는 것을 본다. 하루히코와의 대화는 서로 거리를 두고 겉돈다. 정중하지만 아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친한 척한다. 하루히코가 이전 학교에서 당한 폭력은 홀엄마에 대한 아이들의 저열하고 비열한 언어와 합성 사진 폭력 등이었다. 학교는 언제나 이런 문제에서 제3자로 물러나 비겁해진다. 하루히코가 바라는 것은 엄마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엄마가 웃는 것을 바라는데 자신의 숨겨진 비밀을 알아챈 새아버지가 다가오자 죽이겠다는 협박을 한다. 이것이 목요일의 아이 우에다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새롭게 사귄 친구의 정체는 무엇일까?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읽다 보면 그 무거움과 어둠에 마음이 어지럽다. 머리도 혼란스럽다. 뒤로 가다 보면 예전에 본 일본 영화의 한 장면이나 설정이 떠오르기도 한다. 우에다가 하나의 도시 전설이나 신화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은 더 복잡해진다. 뭐지?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까? 그 마음이 세상의 종말을 바라는 부분으로 이어질 때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가 떠오른다. 인간의 심리를 극단적으로 몰고 간 그 만화 말이다. 악에 대해 작가는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이 소설의 백미는 우에다가 말하는 세상의 종말과 그 뒤에 숨겨져 있는 감정 사이를 날카롭게 파고든 부분이다. 사람이 저지르는 악을 우리의 이해 한도 속으로 우겨 넣으려고 한 시도를 비판한다. 가볍게 읽기 어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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