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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Killer's Wife 킬러스 와이프 ㅣ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1
빅터 메토스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1년 9월
평점 :
연쇄살인범을 다루는 소설이다. 소개글에 법정 스릴러라는 대목이 나오지만 보통의 연쇄살인범을 다룬 소설들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통의 연쇄살인을 다룬 스릴러는 살인범과 경찰의 치밀한 싸움이 주는 긴장감과 예상 외의 범인이 주는 재미로 이런 장르에 빠져들게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런 장르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연쇄살인범 추적이 전반부라면 법정 싸움이 후반부를 차지한다. 여기에 중요한 설정 하나를 넣었다. 바로 연쇄살인범의 아내였던 제시카 야들리를 연방검사로 등장시킨 것이다. 제시카의 남편 에디 칼은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사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이 둘 사이에 높은 지능을 가진 딸 타라가 있다.
제시카에게 FBI요원 볼드윈이 다가온다. 그녀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두 건의 살인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감상을 말해달라는 것이다. 이 사건 현장이 야들리의 남편 에디 칼이 저지른 살인과 닮았다고 하면서 말이다. 14년 동안 잊고자 했던 전 남편의 기억이 다시 돌아온다.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이 사건을 맡게 된다. 참혹하게 부부가 죽은 현장을 돌아본다. 남편의 흔적들이 보인다. 볼드윈은 이 사건을 범인을 잡고 싶다. 그의 욕심이 야들리의 죄책감을 자극하면서 에디를 찾아가게 한다. 다시 에디를 만나 도움을 요청한다. 에디는 딸 타라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이 거래 조건을 야들리는 거절한다. 감옥에 에디를 찾아온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보면 이상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연쇄살인범을 잡으려는 마음은 조급하게 상황을 이어가게 한다. 에디에게 온 메일 하나로 용의자를 잡지만 허술한 구석이 많다. 공범의 가능성을 남겨두지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 범인은 현장에 그 어떤 증거물도 남기지 않았다. 몇 가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있지만 그것 만으로 범인을 잡기는 부족하다. 몇 가지 상황을 보면 수사 관련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 범인이 세부 사항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살인을 막기 위해서는 에디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요구 조건을 내세우면서 누가 범인인지 말하지 않는다. 에디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고, 어떤 음모를 꾸민다는 것을 살짝 풀어놓는다.
에디의 모방범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 학교에서 말썽을 부리던 딸이 사라진다. 혹시 범인이 납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던진다. 문제아와 사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 소리 했는데 사라졌다. 그 남자 아이도 사라졌다. 혹시 하는 불안감이 야들리를 사로잡는다. IQ 170대인 딸이지만 감정은 십대인 타라다. 에디에게 가 사라진 딸 이야기를 하면서 연쇄살인범이 누군지 알려달라고 한다. 경찰에 연락해 실종자 명단에 올리고 도움을 요청한다. 동거남 웨슬리도 함께 찾는다. 웨슬리는 에디 때문에 남자에게 마음을 문들 닫고 있던 그녀를 보듬어준 남자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서 야들리가 이 사건에서 손을 떼기를 바란다. 둘은 충돌한다.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또 한 번 살인 시도가 생긴다. 아이가 많은 집이라 곳곳에 놓여 있던 장난감이 경보음처럼 작동한다. 남편과 살인자가 싸우고, 경보음이 울리면서 살인자는 달아난다. 경찰들은 더 조급해진다. 동시에 더 많은 단서가 나온다. 피해자 가정의 공통점이 보인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 수 있는 인물들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범인의 집에서 증거 동영상을 보고 놀란다. 범인이 잡히지만 끝이 아니다. 법정 싸움이 남았다. 작가는 여기에 연방검사실의 성차별과 정치를 뒤섞는다. 연쇄살인범이 뻔한데 법적 문제 때문에 풀려날지도 모른다. 소설의 진짜 이야기는 여기에서 다시 시작한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풀려나려는 살인범과 검사의 대결이 펼쳐진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뛰어난 가독성을 보여준다.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소설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에디의 모습에서 <양들의 침묵> 속 한니발 렉터를, 법정 싸움은 한동안 열독했던 존 그리샴의 소설들을. 그리고 마지막 반전을 읽으면서 새로운 악의 탄생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설정을 넣고, 비틀면서 생략된 부분들이 순간의 비약처럼 다가온다. 더 풍성한 이야기를 보여주려면 후속작이 필요하다. 어쩌면 후속작 자체가 반전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