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 1 와일드카드 1
조지 R. R. 마틴 외 지음, 김상훈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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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시리즈 1권 <와일드카드>가 출간된 후 현재까지 29권이 나온 엄청난 시리즈다. <얼음과 불의 노래>로 더욱 유명해진 조지 R.R. 마틴이 프롤로그와 단편과 막간극을 쓰면서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공동편집자로 멀린다 M. 스노드그래스가 보인다. 나에게 익숙한 작가는 로저 젤라즈니 정도다. 다른 작가들의 이력을 보면 상당히 화려한데 익숙한 작품이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SF 장르의 빈약한 시장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대로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시리즈가 과연 어디까지 나올지도 궁금하다. 개인적 바람은 끝까지 나오는 것이다.


이번에 번역된 <와일드카드>는 확장판이라고 한다. 세 작가의 작품이 더 들어 있다. 초판본을 읽은 적이 없으니 소개글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내용이다. 이 시리즈에 참여한 작가가 40명이 넘는다고 한다. 대단한 협업이다. 1권에만 13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각각의 작가가 다른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그 거대한 SF 세계관의 문을 연 것은 조지 R.R. 마틴이다. 하워드 월드롭의 <브로드웨이 상공 30분!>은 이 세계 최고의 영웅인 제트보이에 대한 이야기다. 그 이전에 지구에 이 바이러스를 보낸 타키온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가 나온다.


타키온의 행성이 지구인을 통해 와일드카드 바이러스를 실험하려고 했다. 이것을 막기 위해 타키온이 지구로 왔는데 이 바이러스가 담긴 캡슐을 놓쳤다. 문제는 이 캡슐을 핵무기로 생각한 악당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협박으로 큰돈을 뜯어낼 생각이었다. 이들의 공격을 제트보이가 완전히 막지 못하고 공중에서 산화한다. 캡슐은 터져 뉴욕에 와일드카드 바이러스가 퍼진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90%는 죽고, 살아남은 10% 중 9%는 괴물 같은 외형을 가진 조커가 되고, 1%만 초능력을 가진 에이스로 변한다. 이 바이러스 노출에 의한 참혹한 광경은 로저 젤라즈니의 <슬리퍼>에서 잘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은 단편 중 한 편이다.


월터 존 윌리엄스의 <증인>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에이스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매카시즘의 광기가 이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잘 보여준다. 국가를 위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에이스들을 자신들의 이념과 권력 아래 두기 위해 조작한 여론이 초능력을 가졌다고 하지만 인간의 정신을 가진 그들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천천히 보여준다. 매카시즘 속에 변전한 에이스 골든보이의 모습은 역사적 사실이겠지만 씁쓸하다.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 이들은 계속 나온다. 네 명의 에이스를 다룬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판타스틱 포>가 떠오른다. 또 다른 초능력자 ‘터틀’을 볼 때 머릿속에서 ‘닌자 거북이’가 스쳐지나갔다.


타키온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 <실추의 의식>은 그가 얼마나 인간적인지, 사랑의 상실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보여준다. 여기에 조커들을 등장시켜 새로운 사회계층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닥터 타기온의 부활이다. 매카시 광풍이 얼마나 많은 에이스들을 두렵게 했는지 알려주는 대목은 이후에도 이어진다. <파워스>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던 CIA 정보 분석가가 다른 에이스를 구출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알릴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은 냉전 시대와 엮여 있다. 마지막에 그의 요원명으로 ‘스톱워치’로 불릴 때 잘 어울린다는 생각과 함께 그의 평온한 일상이 끝났음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단편이 추가되면서 역사의 흐름을 좇아간다. 60년대 히피 문화가 나오고, 빠르게 70년대로 넘어간다. 한때 악명 높았던 뉴욕 지하철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지는가 하면, 에이스이지만 자신의 능력을 아주 나쁜 쪽으로 사용하는 악당까지 등장시켜 능력과 행동은 상관관계가 없음을 보여준다. 스티븐 리의 <꼭두각시> 속 악당은 등장할 때부터 극악했는데 성장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이용해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잘 아는 인물로 나온다. 초능력과 에로틱한 묘사를 미스터리와 잘 엮었다. 이렇게 이 시리즈는 다양한 캐릭터를 기존 역사적 사실과 엮어 풀어낸다. 그들이 지닌 거대한 능력을 각자의 성향이나 바람에 따라 각각 다르게 사용한다. 적지 않은 분량이라 단숨에 읽기는 힘들지만 다양한 이야기와 무한한 확장성은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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