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김백상 외 지음 / 마카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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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문학상 수상 단편집에 잘 손이 나가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문학상 수상 단편집은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같은 것들이다. 그렇다고 단편집 자체를 읽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장르 쪽으로 넘어가면 꾸준히 읽고 있다. 작가의 단편집도 시간이 되면 읽는다. 단지 기존의 문학상 단편집만 읽지 않을 뿐이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의 경우 단편의 매력과 장르의 특성을 잘 품고 있어 쉽게 손이 나간다.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읽은 단편집들 거의 대부분이 이런 장르 문학이다. 이 작품집을 읽기 시작한 것도 작년인데 이 정도 수준이라면 계속 읽을 것 같다.


올해도 다섯 편이 실려 있다.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있다. 현 시대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과 현실을 판타지와 엮은 작품 등이 먼저 시선을 끈다. 김백상의 <조업밀집구역>의 경우 제목에서 바다를 연상시키지만 실제는 치열한 편의점 경쟁을 다루고 있다. 각 점포의 거리가 가깝다는 것은 한정된 시장을 나눠 먹을 수밖에 없고,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되는 수순이다. 이런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알 수 없는 역공으로 마무리되는 마지막 장면은 씁쓸하다. 하지만 이야기의 진행 과정에서 보여주는 유쾌발랄한 문장과 캐릭터들은 만화적인 설정이 엿보이지만 즐겁고 재미있다. 신의 한수라고 한 것이 오히려 패착으로 귀결된 그 상황도 웃픈 현실이다.


윤살구의 <바다에서 온 사람>은 인어였던 외할머니 이야기다. 옛날에는 인어가 뭍으로 올라와 사람처럼 살았다고 말한다. 정말? 이 단편 속에서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할머니가 얼마나 대단한 노래 실력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살짝 궁금하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인어와 사람의 차이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죽어가는 할머니가 바다로 가서 다시 인어가 되면 살 수 있지만 그 이전의 기억을 잃게 된다는 설정은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몇 가지 다른 동화나 만화 등에서 본 듯한 설정이 있지만 안정적인 이야기 전개와 할머니의 삶이 진한 여운을 준다.


김혜영의 <토막>은 소위 말하는 지잡대 출신의 레벨업을 다룬다. 144번의 입사 실패, 온라인 게임의 레벨업 등을 엮고, 지하 자취방에 어느 순간부터 존재하게 된 토막(머리)에 대한 이야기다. 이 머리 토막이 보이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신과도 가고, 퇴마사도 부르고, 교회도 나가보지만 모두 실패한다. 그처럼 손 토막과 함께 사는 유튜버를 만난다. 그녀가 사는 곳은 택시조차 바로 앞에 갈 수 없는 산꼭대기 지하방이다. 서늘해야 할 이야기가 약간은 코믹하게 흘러가지만 토막들이 증식하면서 상황이 바뀐다. 그리고 자신이 몇 년에 걸쳐 힘들게 키운 계정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다룬 장면은 토막들과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박선미의 <귀촌 가족>은 어디에선가 본 듯한 설정이다. 교장 출신 가족이 귀촌한다고 소문난 마을, 한 번 결혼한 미모의 딸과 그녀와 엮어주려는 마을 사람들. 순수한 마음인 듯하지만 그 속에 감추어져 있던 마음은 자신의 이익이다. 그리고 시골 마을의 암묵적인 성추행과 말하지 않은 비밀들. 어떻게 보면 딸이 사람들의 성화에 끌려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상황들. 성폭력이 드러날 때 분노하지만 그 사실도 알면서 결혼하려는 딸의 알 수 없는 심리. 이런 것들을 한 번에 날려버리는 마지막 반전은 낯익지만 통쾌하다. 이익 앞에는 시골도 도시도 없다는 사실을, 탐욕의 크기만큼 당하는 것도 크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잘 보여준다.


황성식의 <알프레드의 고양이>도 씁쓸하지만 유쾌하게 마무리한다. 작은 사실 하나를 숨긴 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히키코모리인 화자는 고양이에게 웨인이란 이름을 붙여준다. 배트맨의 본명 말이다. 알프레드는 배트맨의 집사 이름이다. 어느 날 웨인이 다친 채 와서 몸에 작은 카메라를 달았다. 화자에게 여기에 녹화된 동영상을 보는 것이 하나의 일상이다. 화자의 생계는 숫자에 탁월한 감각 덕분에 주식 거래로 이어간다. 웨인이 돌아다닌 영상을 보던 중 한 중딩들이 웨인의 집사 중 한 명의 집에 몰카를 설치하는 것을 발견한다. 화자가 히키코모리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정의감에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든 과거 때문이다. 세상이 정의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대비도 보여준다. 히키코모리가 된 이유도 정의감이지만 집밖으로 나가게 만든 것도 정의감이란 사실은 재밌다. 웨인 시리즈로 만들어도 재미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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