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르테 미스터리 19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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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작가가 쓴 첫 공포 소설이다. 공포 소설을 즐겨 읽지 않지만 기회가 생기면 읽는다. 보통 예상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읽어가면서 그 서늘함이 가중되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이야기 속에 작가 자신을 등장시키고, 실제 출판사를 배경으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풀어내어 현실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공포 소설의 구성을 따라가지 않아 조금 낯설지만 미스터리 작가의 구성력으로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보여주면서 이전 상황을 돌아보게 한다. 현실과 상상력이 잘 결합했고, 괴담의 서늘함도 잃지 않았다.  


여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연작이다. 각각 독립된 이야기이지만 등장인물들이 겹치고, 앞 이야기 덕분에 듣게 된 것을 좇아 경험하고 기록하는 형식이다. 다섯 편은 잡지 <소설 신초>에 발표했다고 말하는데 처음에는 이 말을 믿었지만 살짝 의심이 들면서 확인의 필요성을 느낀다. 책 마지막 장에 <소설 신초>에 발표 연월이 나와 무작정 믿었던 것이다. 이런 의심을 하게 된 데는 마지막 단편 <금기>의 역할이 컸다. 각각의 단편 속에서도 추리를 풀어놓았지만 <금기>는 고전 미스터리의 마지막 반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자신이 듣고 경험한 괴담들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풀어낸다. 반전 같은 추리의 서늘함은 공포 소설의 전형적인 문장과도 이어진다.  ‘오컬트 미스터리 소설’이란 단어가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얼룩>에서 2016년 5월 26일 <소설 신초>에서 단편소설 청탁 메일을 받았다는 내용의 문장으로 시작한다. 가구라자카 괴담 특집 기획이다. 8년 전 우연히 친구에 들은 괴담이 머릿속에 떠올라 그것을 글로 썼다. 점쟁이의 말을 듣고 사귀던 남친과 헤어진 쓰노다 씨에 대한 이야기다. 남자의 집착이 부담되어 연락을 받지 않았는데 사고로 죽었다. 이때부터 괴이한 일이 생긴다. 쓰노다 씨가 작업한 포스터에 이상한 얼룩이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글자다.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나오코와 그 점쟁이를 소개한 친구의 죽음이다. 작가는 점쟁이나 쓰노다 씨의 일을 과학적인 것으로 살짝 분석하지만 정밀하지는 않다. 이 단편 발표 후 괴이 현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저주>는 자신에게 씐 저주가 가족에게 번지지 않게 액막이를 부탁하는 여자 이야기다. 안전 운전하는 남편의 기묘한 충돌 사고, 아들의 몸에 난 상처. 신사에 있는 고마이누상의 꼬리를 밟아 저주를 받았다는 그녀의 절박함은 단지 이와 관련된 글을 썼다는 이유로 작가의 지인 기미코가 긴 압박을 받는다. 남편과 아들의 사건은 이 단편집에서 놀라운 직관력과 통찰력을 보여주는 사카키가 쉽게 풀어낸다. 하지만 괴담은 그 이후에도 이어진다. <망언>은 사카키 씨가 글로 쓰지 않고 남겨둔 괴담이다. 운 좋게 자신들이 원하는 구조와 위치의 집을 싸게 사서 이사한 부부가 옆집 사람의 말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단편집의 제목도 여기서 나왔다. 그녀가 길에서 본 모습의 기이한 설명은 사건을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악몽>은 네일숍에서 일하는 도모야 씨가 시댁에서 살게 되면서 꾸는 꿈과 연결된다. 이 이야기 속 설명이 이 책 표지의 그림과 이어진다. 도모야 씨가 꾼 꿈을 시어머니도 이전에 꾼 적이 있었다. 이 단편에서 진나이 씨가 등장해 이 집의 문제점을 말하고 이사를 추천한다. 시세보다 싸게 집을 팔려고 내놓았는데 사려고 한 친척들을 찍은 사진에 이상한 모습이 보인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불길한 일이다. 거래는 중단되고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트릭과 추론 속에 진나이 씨가 작가에게 한 질책이 강하게 와 닿는다. <인연>은 싸게 집을 구한 대학생이 집에서 경험한 괴이한 일들을 다룬다. 옆집에서는 어린 딸이 오래 전에 죽은 가족이 살고 있다. 이 단편에서도 추리와 괴담이 오고 간다. 단순한 괴담의 전달이 아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서 현실감을 더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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