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들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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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음악을 잘 듣지 않지만 한때는 늘 옆에 끼고 살았다. 그 당시 유행하는 음악을 흥얼거리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샀다. 앨범이 점점 사라지고 음원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점점 음악과 멀어졌다. 다른 분야에 더 관심이 생기면서, 텔레비전에서 멀리 떨어지고 음악 방송을 거의 보지 않으면서 음악이 낯설어졌다. 한때 ‘나는 가수다’나 ‘복면 가왕’에 빠져 집중하던 시절도 얼마 지나 사라졌다. 최근에 나오는 아이돌 음악은 나와 맞지 않거나 너무 낯설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트로트 방송은 트로트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만들어주었지만 트로트 가수들이 내세우는 ‘민족의 음악’이란 말에는 콧방귀를 뀐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이 트로트가 자신의 삶을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이 책 도입부에 트로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글들은 한 번에 집필한 것이 아니다. 긴 세월 동안 걸쳐 연재하고 고쳐 쓴 것들을 새롭게 덧붙여 낸 것이다. 도입부 글을 읽고 트로트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이란 생각을 했는데 아니었다. 저자 자신이 음악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음악 자체보다 자신의 경험과 시대를 엮어 그 시절과 가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뿐이다. 일제강점기 노래를 말하면서 트로트만 말하지 이 음악의 기원인 엔카와 그 표절작에 대한 부분은 생략되어 있다. 그리고 그 당시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재즈를 한국 경성에서 연주했다는 부분도, 그 가수들 일부가 클래식 등을 공부했다는 사실도 말이다. 음악사 부분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지만 가볍게 읽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개괄적 흐름은 쫓아가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때 자신의 삶을 뒤흔든 음악들이 있다. 시대별로 장르가 다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좋아한 음악들은 멜로디 중심이었다. 가사는 솔직히 뒷전이었다. 팝송의 경우 가사를 알고 들은 경우는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즐겨 들었던 팝송 가사가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알게 되는 순간들이 생겼다. 하지만 늘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멜로디였다. 그 다음에 가사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나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너무 달라 놀란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리고 어릴 때 아무 것도 모른 채 불렀던 유행가들은 또 어떤가. 지금 내 아이가 따라 부르는 유행가의 가사 의미를 알까? 따라 추는 춤은? 시대에 따라 바뀌는 창법은? 작은 푸념을 해본다.


유행가는 그 노래가 불리는 순간 그 노래를 아는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어준다. 저자도 개그맨과 가수 이야기에서 다루었지만 히트곡 하나만 있어도 평생 그 노래를 우려먹을 수 있다. 이 노래는 시위 현장에서, 거리 응원에서, 노래방의 작은 모임에서도 동일하다. 그 멜로디를 흥얼거릴 때 우린 그 감정을 잠깐 그 감정을 교류한다. 저자가 5.18 광주를 겪으면서 80년대 대중 가요를 잊고 지냈다고 한 것은 그날의 충격을 대중 가요의 가사들로 치유할 수도, 멈출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가 김건모에서 멈춘 것은 그의 감성이 따라갈 수 있는 한계점이 그 곳까지가 아니였을까.  <스피드>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해석은 씁쓸한 현실이지만 그 시대를 지난 사람에게는 한때의 유행가였다. 그것은 저자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다룬 노래들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유행가가 장르가 아니라고 말한다. 맞다. 시대마다 유행했던 노래들의 장르는 다양하다. 60~70년대, 아니 그 이전 유행했던 노래들도 모두 뽕짝은 아니었다. 그 시절을 풍미했던 인물들 덕분에 착시 효과가 생긴 것이다. 이런 부분들을 세밀하게 다루지 않은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쉬운 대목이다. 통기타로 대변되는 포크 음악이나 락 등을 다룬 이야기에서 많은 이야기가 생략된 채 거시적으로 다룬 부분도 아쉽다. 정치와 음악을 엮어 들려준 이야기는 머릿속에 담아둘 만하다. 정치 홍보곡들이 만들어져 뿌려진 반면에 민중가요가 나와 그에 대응해 불리게 된 현상도 같이 말이다. 그리운 이름인 김광석과의 인연을 다룬 부분은 괜히 마음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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