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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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제163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다. 심사위원 간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논쟁적인 작품을 좋아한다.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는 작품도 좋아하지만 이런 논쟁을 하는 작품은 나의 삶과 비교하는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표현에 자주 놀랐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하고 고민했다. 어떻게 보면 자기절제를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절제가 불안하게 다가왔다. 제목도 여기에 한몫한다. 마지막 장면은 독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처음 읽을 때와 지금 떠올리면 느낌이 조금 다르다.

 

럭비 연습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훈련이 끝난 후 선배집에서 고기를 먹는다. 그리고 예전 경기 비디오를 본다. 반복적인 행동이란 설명이 나오는데 경기에 대한 부분은 딱 한 번 나온다. 가장 찬란했던 그 순간만 보여준다. 주인공 요스케는 도쿄의 어떤 사립대 4학년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지만 모교 후배들의 럭비 훈련을 도와준다. 그 자신도 매일 개인 근육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자위도 빠트리지 않는다. 왕성한 청춘이다. 어쩌면 평범한 대학생일지 모르겠다. 작가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주지만 어떤 분야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이런 디테일을 숨긴 채 진행한다.

 

친구의 만담 공연에서 신입생 아카리를 만난다. 자신의 욕망을 내보이지만 나쁜 행동이란 이유로, 자신이 받은 교육의 힘으로 이것을 절제한다. 이런 절제들은 위에서 말했듯이 가끔 나온다. 성적인 끌림이나 무의식적인 시선 등을 보여주는데 항상 자기가 받은 교육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 등의 이유를 말한다. 어떻게 보면 마마보이 같다. 이런 표현들이 왠지 그의 실제 감정과 엮이면서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아카리가 그에게 관심을 보일 때 여자 친구가 있다는 이유로 그녀를 거절한다. 물론 나중에 둘은 연인이 되지만 최소한 그는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이 솔직함, 어떻게 봐야 할까?

 

간결한 문장과 관조적인 상황 등은 약간 건조하다. 연인 관계조차 깊이보다 상황 묘사에 짧은 감상을 덧붙였을 뿐이다. 보기에 따라 너무 건조하고 평범하지만 그 속에는 자신의 욕망을 충실하게 충족하려는 요스케의 모습이 보인다. 럭비에서 후배들이 더 높은 성적을 얻게 하려고 훈련의 강도를 더 높이려고 하고, 아카리의 섹스에서는 오히려 자신의 힘이 딸리는 현실을 마주한다. 이 두 가지 일에서 그는 완벽한 충족감을 얻지는 못한다. 부족하거나 너무 과하다. 파국이 벌어지는 순간도 한 순간의 욕망에 휘둘리면서 생긴 일 때문인데 그가 이전까지 보여준 절제의 균열을 정확하게 표현했다. 내려놓으면서 안도하는 마지막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불친절한 작품이다. 정확하게 알려주는 부분들이 거의 없다. 이런 불친절한 묘사 속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햄버그 가게의 점원들이 외국인이란 부분이다. 왜 반복해서 외국인이란 설정을 넣었을까? 실제 외국인들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요스케는 금전적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여친들과 여행을 다닐 때 그가 비용을 부담하는데 그 흔한 알바 이야기조차 없다. 그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했지만 어떤 분야인지도 말하지 않는다. 마지막의 폭력도 어떤 결과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이것은 전 여친인 마리코의 꿈 이야기에서 또 반복된다. 뭐지? 짧은 소설이지만 독특하고 곳곳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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