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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그 날 그 소리예요 ㅣ 도토리 큰숲 1
사노 요코 지음, 김정화 옮김 / 도토리나무 / 2020년 8월
평점 :
사노 요코의 동화책이다. 사노 요코의 에세이는 몇 권 읽었지만 동화는 처음이다. 일본 그림책 명작으로 뽑히는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아직 읽지 못했는데 이 동화를 읽으니 관심이 더 생긴다. 사실 동화는 잘 읽는 분야가 아니다. 어릴 때 읽고 성인이 된 후에는 몇 편 읽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밤에 한두 권씩 읽어주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동화를 읽게 되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게 되는 경우도 있고, 이전에는 몰랐던 작가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지금 내가 읽는 동화는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 대상이다. 아마 이 동화를 읽어준다면 재밌게 듣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동화는 천재와 평범한 사람의 차이를 그려낸다. 물론 이 동화 속에서 비교 대상이 되는 두 존재는 사람이 아니다. 고양이다. 아주 덩치 큰 새까만 돼지가 할머니가 사는 집에 고양이들을 데리고 온다. 처음 온 고양이는 평범하고, 나중에 온 고양이는 가히 천재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평범한 고양이는 주눅 들기도 하지만 천재 고양이를 올려본다. 이름도 처음 온 고양이는 고양이로 불리고, 뒤에 온 검은 고양이는 쿠로란 이름이 있다. 이름에서도 차별이 생기는데 역사 속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면 평범한 민초의 이름을 누가 기억하는가. 반면에 천재들은 역사 속에 계속 남는다.
간결한 이야기다. 장편 소설을 주로 읽다 이런 동화를 읽으면 그 짧은 분량이 혼란스럽다. 활자 크기는 크고, 분량도 많지 않으니 단숨에 읽을 수 있다. 그런데 검은 고양이를 외롭게 묘사한 장면을 보고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다. 작가는 천재의 고독으로 이 검은 고양이를 그렸는데 과연 천재로 불린 사람들은 고독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평범하게 산 사람들이기에 천재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왜곡해서 본 것은 아닐까? 천재 고양이가 남긴 편지는 천재의 오만으로 가득하지만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아마 정중한 인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검은 고양이 쿠로가 오기 전 할머니와 고양이의 삶은 평온함 그대로였다. 천재는 잘 계획하고 예측하면서 일을 잘 풀어내지만 할머니 등에게는 불필요한 일들이다. 일사에 큰 일이 생기고, 놀라지만 단지 그 뿐이다. 봄이 왔을 때 할머니와 고양이가 보여준 행동은 이것을 잘 보여준다. 귀엽고, 마술을 할 수 있고, 뜨개질도 할 수 있고, 쥐도 잡고, 노래도 부르고, 요리도 하는 특별한 고양이인 쿠로지만 할머니에게 필요한 고양이는 옆에서 함께 있으면서 마음을 나눌 평범한 고양이다. 그리고 동화 속 그림들도 화려하기보다는 투박하고 거칠다. 그래서 더 정겹다. 미세한 표정도 상당히 잘 표현되어 있다. 사노 요코의 다른 동화도 한 번 찾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