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제국의 후예들 - 티무르제국부터 러시아까지, 몽골제국 이후의 중앙유라시아사
이주엽 지음 / 책과함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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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 아시아 극동에서 크림반도까지 거대한 영토의 제국을 형성한 몽골 제국은 14세기에 무너졌다. 이 제국의 무너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원나라의 멸망이다. 대원 시대에 몽골은 크게 네 개의 칸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저자는 칸국이란 단어보다 울루스란 몽골어를 사용해 표현한다. 대원 울루스, 차가다이 울루스, 주치 울루스, 일 칸국 등이다. 이 몽골제국의 계승국가들은 14세기 중반 전후 공통적으로 혼란기를 거치면서 악화되거나 분열되었다고 한다. 일 칸국은 15세기 초에 소멸했다. 일 칸국은 현재의 이란, 이라크에 걸쳐져 있던 나라였다. 그 외 다른 나라들은 무너지더라도 몽골제국의 계승국가로 존재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런 역사적 분화 과정을 지역별, 시대별로 나눠 서술했다.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나는 원 나라만 늘 몽골제국의 후손으로 인식했다. 무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명 나라의 주적은 북원 세력이지 않은가. 한정적인 정보 밖에 얻지 못하고 알지 못했기에 나머지 거대 제국은 뒤늦게 하나씩 알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중앙아시아에 존재했던 티무르제국이다. 사마르칸트란 지명이 익숙한 이 제국은 한때 명을 위협할 정도였지만 티무르의 죽음으로 서진은 멈추었다. 이 제국이 다른 몽골제국 우즈벡 칸국에 망한 후 유민들이 남하해 세운 국가가 무굴제국이다. 세계사 시간에 배워 익숙한 나라 이름이다. 저자는 울루스란 이름을 사용하면서 조금은 낯설게 다가오게 만들었는데 이 부분은 조금 아쉽다.

 

저자는 이렇게 각 칸국의 기원과 발전과 쇠퇴 과정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거대한 제국의 수많은 국가들을 한 권의 책 속에 욱여 넣은 것이다. 읽으면서 하나의 계통도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책 앞에 4대 울루스가 어떻게 시간의 변화에 따라 변화고 분열했는지 지도에 표기해서 보여주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솔직히 부족하다. 뭐 계통도를 보여준다고 해도 참고자료 이상의 역할을 나에게 하지 못하겠지만 좀더 체계적으로 이 몽골제국의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대중 역사서보다 전문가의 논문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이 책을 “몽골제국은 어떻게 되었는가? 어떤 유산을 남기고 세계사 무대에서 사라졌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포스트 몽골 세계의 다양한 시공간을 독자들과 함께 둘러보려 한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첫 질문에 대한 답은 어느 정도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질문인 유산 부분에 이르면 솔직히 기억 속에 강하게 남는 것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서술이 많이 약한 느낌이다. 아니면 내가 많은 부분을 놓쳤거나. 몽골제국이 러시아제국, 오스만제국, 사파비제국, 청제국과 같은 유라시아 제국의 등장과 발전에 크고 작은 역할을 했다는 부분에 눈길이 갔다. 우리가 알던 원나라는 몽골제국의 일부였을 뿐이다. 세계사를 다른 시각에서 보는 기회를 가졌다.

 

이 책을 솔직히 읽기 편하지 않다. 낯선 이름과 지명과 국가가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충 읽었다고 해도 나중에 중동이나 ~스탄 국가들을 여행하거나 공부할 때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동시에 중앙아시아에 대한 시야를 좀더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현재의 이름으로 과거를 재단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몇몇 대목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논쟁거리가 적지 않게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역사학자들이 풀 문제다. 나의 얕은 지식으로 이것을 구별할 능력이 없다. 읽다보면 칭기스 혈통에 대한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 과연 그 시대에 그 정도였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책 곳곳에 유전자 분석을 통해 민족을 구분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중국 한족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을 분석한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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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가이드 2020-07-28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많은 부분 공감이 가는 리뷰입니다. 이 책이 읽기 쉬운 책이 아니라는 것도 그렇고.

한편 이 책이 제시하는 몽골제국의 유산은 티무르, 무굴, 우즈벡, 카자흐 등과 같은 계승국들 자체와 몽골제국이 러시아제국, 오스만제국, 사파비제국, 청제국과 같은 유라시아 제국의 등장과 발전에 미친 영향이라고 봅니다. 저자는 이 두 가지가 근대유라시아의 출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몽골제국이 유럽의 발전, 글로벌화 현상 등에 영향을 주었다고 강조하는 다른 몽골제국사 관련 글들과는 달리 이 책은 근대유라시아의 출현이라는 다른 차원의 유산을 강조하는 것이 색다르네요. 적어도 근대유라시아의 형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몽골제국의 역할에 대해 알아 보는 것은 유익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