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였을 때
민카 켄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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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독성이 좋다. 처음 예상한 것보다 훨씬 잘 읽혔다. 전작도 심리묘사가 뛰어났는데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가스라이팅을 이용한 설정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못한다. 강도의 습격으로 크게 다친 후 외부와 접촉을 끊고 은둔하듯 살아가는 브리엔이 이렇게 쉽게 무너지다니 왠지 모르게 납득하기 힘들다. 만약 약물이라도 동원되었다면 더 쉽게 고개를 끄덕였을지 모르겠다. 나이얼이 준비한 계획은 브리엔의 불안한 심리를 뒤흔들어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의 1부와 2부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3부에선 이 두 남녀를 번갈아 등장시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오래된 저택에 홀로 사는 브리엔은 자신의 이름으로 빌린 집 열쇠를 받는다. 자기는 신청한 적이 없다. 부동산 회사의 실수이거나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있다. 그 주소지에 가서 그 집을 확인하는데 실제 존재한다. 누군가 살고 있다. 누구지? 이 사람의 정체를 알기 위해 SNS 계정을 뒤진다. 하나 발견한다. 자신의 취향과 동일하고, 같은 물건이나 차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 자신의 삶을 훔친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 그녀의 삶을 모방하고 살고 있다. 그녀의 기억과 겹치는 것이 많다. 계속해서 이 계정을 몰래 보면서 그녀를 만나 따지고 싶다.


강도 사고를 당한 후 너무 큰집이라 세입자를 한 명 구한다. 종양학자라는 나이얼이 의사 가운을 걸친 채 찾아온다. 간단한 인터뷰 후 이 집에 산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었지만 브리엔은 몰래 나이얼과 좀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그러다 나이얼의 아내 일기를 보게 된다. 그가 아내와 이혼을 준비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강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그녀는 자신이 모르는 누군가가 집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 나이얼은 좋은 하숙인이다. 브리엔은 나이얼과 결혼 상태에 더 관심을 두고, 자신의 삶을 훔친 것 같은 여성을 찾아간다. 그런데 이 행동이 놀라운 소식을 그녀에게 가져다준다. 그녀가 브리엔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토킹과 다중인격장애가 있다는 이야기는 나이얼의 아내란 사실과 더불어 그녀를 완전히 무너트린다. 나이얼이 보여주는 증거 자료는 그녀가 브리엔이 아니라고 말한다. 단순히 신분증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정신과 치료 서류 등도 그녀의 문제를 지적한다. 그녀의 불안감과 나이얼에 대한 감정 등이 사실을 더 확인하기보다 나이얼에게 의존하게 만든다. 부유한 그녀가 이웃 몰래 치료 받을 수 있는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이때만 해도 이 모든 일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환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본 다른 브리엔과 SNS계정 상 사진 등도 그녀 자신의 작업으로 생각한 것이다.


나이얼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은 브리엔처럼 살아가는 사만다의 심리다. 이 소설 속 설정에서 사만다는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악역과 다른 역할을 한다. 그리고 브리엔의 재산을 어느 정도 얻은 나이얼이 왜 더 욕심을 부려서 달아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 읽으면서 진행과정을 알고 있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타협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가 이렇게 타협한다면 이야기의 긴장감이 떨어져 재미가 없을 것이다. 서로가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속셈을 보여주는 3부는 정말 빠르게 읽힌다. 결말도 예상과 달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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