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rt & Classic 시리즈
루이스 캐럴 지음, 퍼엉 그림, 박혜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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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유명한데 읽지 않은 작품이 상당히 많이 있다. 그 중 한 권이 바로 이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아무 생각 없이 이 소설을 돌이켜보면 가끔 <오즈의 마법사>와 헷갈리기도 했다. 작가인 루이스 캐럴을 지금까지 미국 작가로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는 영국 작가였다. 이런 부정확한 기억들은 너무 익숙해서 생긴 착오다. 아마 영화의 이미지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로 오다가다 본 기억들이 이런 부정확한 기억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그리고 실제 모두 읽은 지금 나의 기억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부분이 많아 혼란스럽다.


이 책을 읽기 전 집을 뒤지니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한 권 보였다. 가끔 작은 여유가 있으면 책의 첫 부분 번역을 비교해본다. 개인적 호불호가 생길 수 있는 번역이 눈에 들어온다. 성인이 읽는다면 이 책이 더 좋고, 아이들이라면 집에 있는 책이 좀더 쉬울 것 같다. 집 번역본이 좀더 단어를 풀어쓴 느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만 놓고 보면 나에겐 이전 판본들이 더 익숙하지만 요즘 아이들이라면, 이전 그림이 익숙하지 않다면 이번 그림이 더 직관적인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빨래 이야기에 드럼 세탁기 그림을 넣은 부분이다. 분명 출간 시대에는 없는 기계지만 요즘은 대부분 빨래를 세탁기로 하지 않는가. 그리고 컬러라 더 화려하다.


이야기는 앨리스가 강둑에 언니와 함께 있다가 시간 토끼를 보고 따라가서 겪는 일을 풀어낸다. 앨리스는 음식을 먹고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신기함보다 다른 영화나 소설의 이미지로 넘어갔다. 많은 영화나 소설들이 애들이 혹은 어른이 커지거나 아주 작아지는 일을 다뤘지 않은가. 이 소설 이전에 이런 설정을 다룬 이야기가 없다면 이후에 나온 이 놀라운 발상의 기원이 이 작품일 것이다. 단순히 몸만 커졌다가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목만 아주 길게 늘어나는 부분도 나온다. 일본 만화 <원피스>가 문득 떠오른다.


고전을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이야기 속에서 뭔가를 찾으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놀라운 이야기를 그냥 따라가면 되는데 모자 장수와 겨울잠쥐의 티타임에서 시간을 말하는 부분에서 뭔가 심오한 철학적인 것을 떠올리려고 했다. 그냥 우리가 학창 시절 수업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것과 같은데 말이다. 그리고 빼지 말아야 할 것이 말장난이 정말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동음이의어나 비슷한 발음을 이용한 말장난은 지금 감성에서 보면 약간 아재 감성일 수 있지만 번역자와 편집자들에겐 곤욕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가 경험하는 수많은 일들은 아이의 시선을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 틀린 수도 말하기나 황당한 크기나 달콤한 음식에 대한 식탐 등이 대표적이다. 장미를 잘못 심어 색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핀과 바닷가재들과 춤을 추는 장면과 말실수를 하려다 주워 담는 장면은 아주 재밌다. 왕과 왕비의 행차나 이들이 내뱉은 말과 결론은 황당하지만 그 순간을 즐기면 된다. 이 소설을 끝까지 잘 즐기는 방법은 앨리스의 기이한 모험을 그냥 즐기는 것이다. 마지막에 이르면 잠에서 깬 앨리스가 나오고, 언니가 앨리스의 이야기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풀어낸다. 판타지를 과학으로 분석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놀라운 이야기와 경험이 앨리스의 미래에 얼마나 행복해할지 떠올린다. 언젠가 다시 이 소설을 읽고, 다음 이야기도 읽게 되면 지금과 다른 읽기를 시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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