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외전 - 다시 검찰의 시간이 온다
강희철 지음 / 평사리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한겨례신문 온라인판에 연재되었던 강희철의 법조외전 중 검찰 관련 31편을 뽑아 새롭게 엮은 책이다. 이 책을 선택하고, 읽으면서 김웅의 <검사외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제목은 베스트셀러인 <검사외전>을 따라한 듯한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잘 모르는 독자라면 두 책을 헷갈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검사외전>이 검사가 쓴 검사 업무 경험이라면 이 책은 기자가 본 검찰 기록이다. 재미란 측면만 놓고 보면 <검사외전>의 압승이다. 여기에는 기사란 한계가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김웅의 글 솜씨를 빼고 말할 수는 없다.


좀 아는 기자가 쓴 꽤 하는 검사들의 속살 들추기, 확 잡고 싶은 권력자들의 겉말 뒤집기란 문구는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실패하고 있다는 말은 누구나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작년 조국 사태에서 우리가 본 검찰의 모습은 상상 이상이었다. 강희철 기자는 자산의 경력과 인맥을 통해 이 문제의 다른 면을 파헤친다. 기자에게 중요한 것은 법과 절차 등의 문제인데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언제나 이 법과 절차 등이 약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이런 법을 고치려고 하면 반발하는 세력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이 부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이야기 중 나에게 크게 와 닿는 부분은 세 곳이다.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 검찰 인사 등이다. 검찰 인사 부분에 대해 그가 인용하는 전직 검사 출신들의 이야기는 결국 그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눈여겨 볼 부분도 많지만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검찰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없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란 인상을 받았다. 민정수석 시절 조국의 잘못된 인사나 권력 행사 부분도 보기에 따라서는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부분은 검사동일체란 현실 속에서 과연 가능한 것일지 궁금하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가장 큰 반대한 인물 중 한 명이 <검사외전>의 저자 김웅 검사다. 이제는 야당 국회의원이 되었다. 경찰이 더 큰 조직이고, 아주 많은 수사 문제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경찰의 수사과 검찰로 가서 뒤집어 지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도 않다. 그럼 그 반대는 어떤가? 검찰과 경찰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출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 둘은 어떻게 해서라도 더 많은 권한을 가지려고 한다. 이 문제는 더 많은 보완책이 분명 필요하다. 그리고 검찰이 기소를 독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생기는 문제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고 있다. 김학의 출국금지의 법적 문제만 이야기하지 그가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넘어간다. 다른 기사에서 말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공수처는 기자의 우려대로 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 중 특히 법원과 검찰의 비리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생각하면 필요한 조직이다. 공수처가 대통령의 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이 말에는 동의한다. 여전히 검찰의 힘이 강력하다는 부분도 안다. 법과 정의를 외치지만 현실은 어떤가. 어느 순간 공수처가 국민의 바람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순간들이 분명히 생길 것이다. 그렇다고 검찰만 기소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제 식구 감싸기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전관예우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기사 모음이란 한계가 존재하는데 기자가 일괄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인터뷰 등으로 정리해 책을 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이슈를 따라가는 기사와 분량의 한계가 느껴져서 그렇다.


나의 생각과 다르고, 내가 몰랐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원칙에 대한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나 자신도 원칙을 좋아한다. 하지만 세상은 원칙에 집착하면서 생기는 문제가 더 많다. 법에 유연성을 가지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이 유연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남용의 문제는 남는다. 기사를 몇 시간 씩 읽는 것은 사실 나에겐 고역이었다. 검찰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적기에 더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검찰 개혁의 꼬인 부분도 조금은 알겠다. 기자가 제기하는 논란이 될 만한 사안들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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