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온 사람들 - 전쟁의 바다를 건너온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홍지흔 지음 / 책상통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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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6.25를 잊고 지낸다. 어린 시절 그렇게 많이 봤던 6.25 관련 프로그램이 나의 눈에서 사라졌다. 이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방송을 잘 보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6.25를 적어놓으면 요즘 아이들이 ‘육점이오’라고 읽는다는 것과 관계 있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지만 나조차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6.25가 70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에 ‘그 정도 밖에’라는 표현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도 잊고 있었다. 어릴 때 한국 전쟁에 대해 그렇게 많이 들은 내가 이 정도니 최근 아이들 탓하기도 무색하다.


이 그래픽노블은 작가의 외가 이야기를 바탕으로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작가는 실화에 충실하기보다 허구로 재미와 전달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야기 중간 중간에 현실적 감각의 유머 코드가 들어가 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1950년 12월 24일 1만 4천 명을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흥남에서 거제에 도착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다. 흔히 하는 말로 흥남 철수 작전 당시 한 가족의 탈출기다. 이 가족의 숫자는 부모님 포함 모두 열 명이다. 이 열 명 중 누구 하나 이산가족이 없었다는 것도 기적 같은 일이다.


한때 한국 전쟁을 둘러싼 남침과 북침 논란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당연히 남침으로 가르치지만 북침을 주장하는 논리도 있었다. 최근에도 북침을 주장하는 논리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논리와 별개로 한국 전쟁은 수많은 동족의 죽음을 안고 있다. 동족 상잔의 비극이란 상투적인 문구가 지금도 떠오른다. 북한의 남침으로 전 국토가 공산화되려는 순간 낙동강 전선의 방어와 인천 상륙 작전의 성공으로 전세를 역전시킨다. 거의 전 국토가 수복되려는 순간 중공군의 개입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이 중공군 중에 모택동의 아들이 있었고, 이 전쟁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이 중공군의 개입으로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과 피란민이 철수해야 했다. 이 그래픽노블은 이때 상황을 그렸다.


경주 가족은 밥을 먹다가 피난선을 타기 위해 흥남 부두로 간다. 부도에 도착했다고 바로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흥남 철수 상황을 보여주는 극적인 장면들은 가족들이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상황에 집중해 이산의 아픔과 이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는지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극적인 구성보다 타기 전까지 이 가족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이 과정에 일어난 몇 가지 사건에 더 집중한다. 특히 옥순이로 대변되는 아이 찾기는 피난민의 물결 속에서 자주 일어나는 사건이다. 실제 경주 가족도 손을 놓치고 헤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는데 배고픔 때문에 누나에게 줄 떡을 먹는 소년의 모습이 눈시울을 적신다. 이 가족이 피난선을 타기 위해 끓여놓았던 소고기 내장 등을 나중에 이 집에 들어온 아이들이 엄청 행복하게 먹고 좋아하는 장면은 또 다른 여운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이 그래픽노블의 등장인물들 모습에 거부감이 있다. 너무 예쁘게 그렸다. 내가 주변에서 보는 사람이나 자료 속 사람과 너무 다르다. 그래서인지 인물로 표현된 장면보다 간결한 묵선의 그림과 기억을 더듬은 말들이 더 강하게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그림보다 글이 이것을 더 잘 보여준다. 작가의 외가에서 들은 이야기가 사료들과 만나 하나의 작품이 되었는데 왠지 모르게 이 작품 속에는 강한 아픔이나 상실감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아마 마지막 장면의 상 위에 놓인 열 개의 수저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 배를 타지 못한 사람들의 안타까움과 절망이 빠져 있는 것도 한몫했다. 더 알기 위해서는 더 공부를 해야 한다. 흥남 철수의 다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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