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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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스완슨과 헷갈리는 작가가 있다. 아마 그 당시 이 두 작가의 작품을 번갈아 읽으면서 생긴 착각인 모양이다. 이번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피터 스완슨의 작품을 다시 검색하니 모두 네 권이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 포함 현재 3권 읽었다. 아마 나머지 한 권도 읽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제인지는 나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작가의 작품이 매력적이란 것이다. 최소한 현재까지 읽은 작품들은 그랬다. 물론 이 작품 포함이다. 이번에 전작의 서평을 대충 훑어보았는데 기억이 희미하게 날 뿐이다. 이 저질기억력이란. 아마 이 부분이 다른 작가와 착각하게 만든 듯하다.

 

이 소설은 누가 살인자인지 초반에 알려준다. 반전은 두 번에 걸쳐 펼쳐지는데 앞부분에 보여준 설정이 마지막 장에서 완전히 해결된다. 솔직히 마지막 반전을 읽으면서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각 부의 이야기의 흐름이 갑자기 바뀌면서 나를 순식간에 흔들어 놓았다. 작가가 잘 짠 구성 덕분이다. 연쇄살인범이 누군지 알려준다고 해도 풀어낼 이야기는 많다. 왜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 하는 것 등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이 이 살인 이유다. 그리고 왜 그가 이런 살인을 하게 되었는지 그의 가족사로 계속 들어간다. 가정 폭력이 어떻게 한 가족을 망가트리는지 잘 보여준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두 사람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이 두 사람은 바로 옆집이고 똑같이 생긴 집에서 산다. 매슈가 살고 있던 곳에 헨리에타 부부가 이사온다. 매슈 부부가 헨리에타 부부를 식사에 초대했는데 헨이 서재 벽난로 위에 놓인 펜싱 트로피를 보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그 트로피는 살해당한 더스틴 밀러의 트로피다. 그녀가 놀라는 모습을 매슈가 본다. 작가는 바로 다음 날 매슈의 정체를 알려주고, 매슈는 이 트로피와 다른 살인 전리품을 정리한다. 예상하지 못한 빠른 연쇄살인범의 정체 노출에 놀랐다. 헨은 자신이 본 트로피가 더스틴 밀러의 것인지 확인해보고 싶다. 이런 저런 이유를 만들어 들어간 그곳에 트로피는 없었다.

 

이제 이야기는 연쇄살인범의 정체를 경찰에 알려 잡혀가게 하려는 헨과 그녀의 신고 등을 무사하게 지나가야 하는 매슈의 대결이 된다. 이와 동시에 매슈는 직장 동료의 록 가수 남친을 죽이려고 한다. 바람을 피운다는 이유다. 매슈는 살인 대상자를 관찰하기 위해 펍에 갔고, 펍에서 헨은 그를 뒤따른다. 매슈의 뒤를 따라가면서 그녀는 긴장한다. 혹시 어떤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미행이 그녀로 하여금 매슈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만든다. 록 가수의 일정을 확인하고 그 현장을 보려고 한다. 죽이려는 자와 확인하려는 자의 대결이다. 보통의 스릴러라면 이 대결에 집중하겠지만 이 작품은 그럴 의도가 없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번역 제목은 소설 속 한 문장이다. 증인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의 과거가 이 증언의 신뢰성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그녀가 신고한 내용을 형사들이 그렇게 깊숙하게 파고들지 않는 것도 과거 때문이다. 조울증을 앓았고, 대학 시절 신고 관련 문제가 있었다. 증거품이 없는 상태에서 그녀의 말만 믿고 수사나 기소를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매슈 쪽에서 오히려 기피 신청을 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그런데 매슈는 자신의 정체를 아는 그녀에게 모든 사실을 말하고 싶어한다. 녹음되지 않으면 이 말들이 그 어떤 증거가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말해 편안해진 매슈, 사실을 알지만 경찰에 말해봐야 소용없는 헨. 새로운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또 한 번 분위기가 바뀐다.

 

3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1부가 끝날 때, 2부가 끝날 때마다 새로운 관계와 사실이 드러난다. 3부로 오게 되면 서술 트릭을 이용해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작가가 앞부분에 단서를 내놓았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는 발견하지 못했다. 여자는 절대 죽이지 않는다고 맹세하는 매슈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하지만 그의 동생 리처드로 넘어가면 달라진다. 리처드는 매슈보다 덜 이성적이고 충동적인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매슈의 살인을 보면서 나의 머릿속은 <덱스터>가 스쳐지나갔다. 뭐 나에겐 덱스터가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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