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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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기 오래 전 <조정래의 시선>이란 에세이를 먼저 읽었다. 이 에세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이 <정글만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분량도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늘 그렇듯이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지난 번 <천년의 질문> 완독 후 올해는 꼭 읽어야지 생각했다. 그 결심이 이번에 이루어졌다. 오래 전 읽었던 <태백산맥>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다른 작품들처럼 여전히 가독성이 좋다. <천년의 질문>에서부터 왠지 눈에 약간 거슬리는 부분이 있는데 이번에도 조금 나온다. 그것은 작가의 생각이 너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느낌으로 적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이 2013년이다. 그 후 7년이 지났다. 소설 속 몇 가지 가정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G1 같은 이야기다. 중국의 무서운 성장에 대한 부분은 그의 글처럼 이루어졌고,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의 질서 문화도 상당히 좋아졌다. 내가 처음 중국에 갔을 때 비하면 최근 중국 상하이의 교통 상황은 아주 좋아졌다. 최소한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 풍경은 그렇다. 처음 갔을 때는 인식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중국에 100위안짜리 위조지폐가 많다는 점이다. 동네 식당에 놓은 위폐감별기를 현지인이 알려줘서 알았다. 위조지폐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도 나온다. 많다고 하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또 아닌 모양이다.


위폐 이야기를 하게 되면 위쳇페이나 알리페이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중국 현지인들은 거의 현찰을 사용하지 않고 위쳇페이 등으로 결제한다. 최소한 상거래에서 간편결제는 한국보다 더 발전했다. 예전에는 외국인도 위쳇페이를 자신의 신용카드로 쉽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불가능하다. 중국 계좌가 있어야 한다. 인터넷 경제 부분에서 중국의 발전은 눈이 부실 정도다. 배송도 대단히 빠르다. 실제 현지인에게 부탁해 보니 다음날 바로 도착했다. 한국 이상으로 그들의 삶은 인터넷으로 옮겨갔다. 가끔 네이버에서 중국 소식을 열어보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우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중국의 2대 금기어가 있다. 하나는 천안문이고, 다른 하나는 파륜궁이다. 작가는 이것보다 모택동에 대한 비난을 더 무섭게 다룬다. 중국 공안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묘사한 부분은 완전히 공감하지 않지만 그들의 정보 통제가 얼마나 신속하고 무서운지는 잘 안다. 글 속에 대만에서 대만 독립 지지했다고 공안에 끌려간 이야기가 나오는데 결코 헛된 소리가 아닐 것이다. 한국 국뽕 이상으로 중국도 ‘하나의 중국’을 표어로 내세우는데 이 부분에 대한 단서를 글 속에서 다룬다. 실제 한족의 영토가 3분의 1 정도란 부분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란 거대한 대지를 다섯 나라의 비즈니스맨들 이야기로 풀어낸다. 한국, 중국, 일본, 프랑스, 미국 등이다. 실질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은 한국의 상사맨 전대광이다. 그의 입을 통해 중국에 대한 일반론을 풀어내고, 다른 한국인이나 외국인들을 통해 개별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개인적으로 의문이 드는 것은 일본 상사맨들에 대한 설정이다. 그들이 중국어를 배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전에 읽었던 일본 상사맨들을 다룬 소설과 조금 다른 내용인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입체적이지 못한 인물들을 꼽으라면 바로 일본인과 프랑스인이다. 일본 비즈니스맨들의 모습은 거만하고 불만만 가득한 것처럼 보이는데 시대가 지나면서 일본 종합상사의 전설은 사라진 것일까? 나중에 한 번 확인해봐야겠다.


프랑스인 자크 카방은 럭셔리브랜드 중국 이사다. 그는 자발적으로 시장을 읽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중국 사장 리완싱에 끌려다닌다. 실제 이런 사례가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리완싱이 보여준 영업 전략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리완싱을 통해 박리다매가 얼마나 효율적인 판매 전략인지 알려준다. 물론 이것은 어느 정도 인구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중국의 13~5억 인구는 엄청난 시장 규모이자 국내경제만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작가가 G1을 말한 것도 이런 인구가 있기에 가능하다. 이 인구의 1%만 생각해도 13백만 명 이상이다. 상위 0.1% 부자를 생각해보라. 이들이 럭셔리 매장 등을 휩쓸고 다닌다면 또 어떤 모습이 연출될 것인가.


사회인들만 보여줄 수 없기에 전대광의 조카 송재형과 그의 연인인 리옌링을 등장시켰다. 이들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는 달콤하지만 작가는 달콤함보다 이들을 통해 역사를 더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 대표적인 부분이 난징대학살이다. 일본 우파가 그렇게나 부인하고 있는 그 학살 말이다. 그리고 외국 언론과의 대담 등을 통해 현재 중국 대학생들이 가지는 지적재산권이나 문화 등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는다. 이 소설이 나올 당시에는 짝퉁이 자랑스럽게 팔렸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게 노골적이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이성적으로 말이 되지 않지만 모든 산업화 단계를 거친 국가들이 지나온 길임을 감안하면 그 당당함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꽌시와 중국 여성들의 성 개방 등은 주변 사람들의 증언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꽌시는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알 수 없지만 성 개방 정도는 자기 회사 사장은 손님으로 만났던 것을 말할 정도로 대담하다. 이런 이야기보다 나의 시선을 끈 내용은 왜 소련은 무너졌는데 중국은 왜 무너지지 않았는가에 대한 답변이다. 단순히 사회주의 제도를 넘어 그 시대의 상황을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당시 중국의 인민은 그렇게 굶주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그리고 중국 정부 등의 엄청난 부정부패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체제를 유지하고 더욱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언젠가 그 한계점을 지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7년이 지났지만 이 소설 속 몇 가지 사실들은 많은 이야기 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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