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수상한 서재 3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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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도시 안덕을 배경으로 연쇄 방화와 실종 사건을 다룬다. 서해안 도농복합도시 안덕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발도시 중 하나다. 수도권에 위치했다면 인구 증가와 더불어 개발이 폭발적으로 일어났겠지만 안덕은 그렇지 않다. 인구 5만의 도시에 구 도시와 신 도시가 나누어지고, 공권력은 지방 토호의 위세 앞에 무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토호들은 정치인과 손잡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할 자세가 되어 있다. 실제 그렇게 한다. 이런 토호 중 한 명인 장정호가 검사 출신 조카 세휘에게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세휘는 남편과 이혼소송과 아이 양육권 싸움 중이다. 그녀는 알코올 중독이다. 남편도 검사고, 동기다. 이 둘의 결혼식 풍경은 한국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 검사는 바쁜 직업이다. 서로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결혼하지 않은 이 부부의 현실은 냉혹하다. 술 중독이 심해지자 이혼을 결심하고, 사표를 던지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충동적인 행동이다. 안덕에 변호사 사무실을 내 경제생활을 하려고 하는데 장정호가 살짝 손을 내민다. 자신의 줄을 타면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약속을 한다. 그리고 엄마의 치매 문제도 있다. 열두 살 아들 수민과 바닷가 작은 도시에 내려온 그녀의 삶은 황량하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이미지는 북유럽 스릴러의 장면들이다.


모두 다섯 FILE로 이루어져 있다. 각 파일마다 실종 사건과 손가락 하나가 놓여 있다. 실종자들은 모두 장정호와 형, 동생 사이다. 마트, 횟집, 골프장, 인력 사무소 등을 운영한다. 모두 자기 점포에서 실종되었고, 범인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 방화와 실종 사건이 일어난 마트에서 세휘가 간 것도 당숙인 장정호가 부탁한 채불임금 문제 때문이다. 이곳에서 지역신문사 기자 한병주를 만난다. 한병주는 중앙지 연예부 기자였지만 좌천되어 5년째 안덕에 머문다. 이 사건 현장에서 처음 지역 경찰을 만나고, 나중에 당숙이 어떻게 지역 경찰을 위압하는지 보여준다. 마트 사건으로 의뢰 내용이 바뀐다. 범인을 경찰보다 먼저 찾는 쪽으로.


실종과 방화사건은 계속 일어나고, 단서는 부족하다. 이 사이에 이 도시의 역사 일부분이 드러나고, 세휘의 고질적인 문제도 역시 계속 나온다. 숙취에 시달리다 사건 현장에 달려가는 날도 있고, 검사 시절에는 경험하지 못한 현장을 마주하기도 한다. 검사의 전관예우가 빠진 자리를 검사의 서류 작업으로 현실을 살짝 드러낸다. 처참한 현장은 서류와 다른 현장감을 보여준다. 이 사건 이외에도 그녀에게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엄마의 치매고, 다른 하나는 아들 수민의 양육권 문제다. 그리고 수민은 동네 여중생 도연에게 빠져 있다. 도연의 엄마 정인숙은 거구에 몸에서 냄새가 심하게 난다. 첫인상부터 불쾌하고 두렵다.


소설 중간에 납치범의 정체를 작가가 의도적으로 드러낸다. 왜지? 란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미스터리의 한 축이 무너지고, 한국적 감수성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는다. 장정호가 어떻게 자신의 친위대를 모으게 되었는지, 이 친위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금씩 드러낸다. 세휘의 개인사와 엮이면서 안덕으로 대표되는 퇴락한 도시의 사회 경제 문제들이 조금씩 밝혀진다. 퇴락한 도시지만 그 속에서도 권력은 살아 움직인다. 어쩌면 이런 도시일수록 권력은 법보다 더 우위에 서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왜 장정호 주변 인물들이 납치되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그들이 어떤 범죄를 저지른 것인지.


가독성은 좋은 편이지만 읽으면서 아쉬움이 강하게 들었다. 장정호 일당들이 너무나도 무력하게 무너진 부분과 그들의 죄악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이 죄악을 더 깊이 파고들어 적나라하게 파헤쳤다면 이 살인 납치에 좀더 공감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나중에 반전으로 드러나는 사실을 감안하면 조금은 이해된다. 또 하나는 경찰의 무능력과 무력함이다. 무사안일과 복지안동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은 아주 낯익지만 낯설다. 개인적으로 가장 불만은 약물과 가스등 효과를 과대포장해서 드러낸 부분이다. 일본만화 <몬스터>를 연상시킨다. 그보다 강도는 훨씬 약하다. 전체적인 균형은 아쉬움이 있지만 세부적인 묘사나 진행 등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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