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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마녀 ㅣ 새소설 4
김하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2월
평점 :
자신을 마녀라고 소개하는 여자가 있다. 이 마녀가 한 여자를 본다. 그녀는 태주다. 태주는 출산 후 스물여섯 시간 만에 딸을 잃었다. 출산 도중 태반을 먹는 바람에 죽었다고 의사가 말했다. 이 상실이 그녀를 미친 사람처럼 만들었다. 겨울에 맨발로 사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딸의 죽음은 그녀와 남편의 사이도 멀어지게 만들었다. 일상이 무너진 자리를 광기와 절망이 차지했다. 초록 눈의 마녀 니콜은 태주에게 끌린다. 니콜도 샬럿이란 딸은 잃은 적이 있다. 마녀는 태주에게 죽은 딸을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마녀이기에 가능하다고. 현실에서 몇 가지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마녀 니콜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실제 마녀가 있고, 마녀사냥꾼만이 마녀를 죽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를 쫓는 마녀사냥꾼은 산부인과 의사인 데이비드다. 이야기 중에 그녀가 데이비드를 만난 이야기를 한다. 동시에 그녀의 남편이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여자에게 빠진 이야기를 한다. 이 여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을 드라큘라라고 말하는 사람과 힘을 합쳐 그 여자를 파멸로 이끈다. 이 남자와의 이야기는 또 다른 배신과 복수 이야기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부분적으로 재밌지만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다.
니콜은 마녀사냥꾼을 피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닌 끝에 지금은 한국에 머물고 있다. 태주는 니콜의 말에 빠져들었다. 죽은 아기를 부활시킬 수 있다니 절망에 빠진 그녀이기에 지푸라기라고 붙잡고 싶다. 마녀는 아기 육손이의 여섯 번째 손가락을 가져오라고 말한다. 작은 희망은 이런 무도한 요구 사항을 따르게 한다. 절망 속 희망이 길에 돌아다니는 유모차 속 아기들의 손가락을 헤아리게 만든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다. 아기의 손가락을 자를 가위를 들고 그곳을 찾아간다. 인간의 욕망은 이런 참혹한 일도 가능하게 만든다.
마녀와 일반 여성의 공통점은 둘 다 아이를 잃고 죄책감과 상실감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태주가 아기의 여섯 번째 손가락을 구해왔을 때 다른 요청을 한다. 임신한 열일곱 소녀를 데리고 오란 것이다. 여학교 앞에서 이런 학생을 구하려고 기다린다. 그러다 육손이의 손가락을 구하러 갈 때 본 소녀를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초희다. 기존의 두 여성은 출산과 상실을 경험했다면, 초희는 아직 뱃속에 아기를 품고 있다. 물론 그녀는 이 임신을 불안해 한다. 이제는 너무 늦어 낙태도 힘들다. 이렇게 이야기는 상실에서 작은 희망으로 넘어간다.
니콜과 태주의 이야기에서 초희로 넘어가는 과정은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고, 마녀의 마법으로 부활이 가능할까 하는 의혹을 던져준다. 초희가 마녀의 제물로 올라갔을 때 태주는 이성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초희의 뱃속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고, 자신의 아이가 부활한다면 행복할까? 태주는 자신의 욕망 때문에 다른 엄마가 자신처럼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믿는 순간, 당신이 바라는 걸 이루게 될 거예요.”란 문장은 의미심장하다. 믿고 바라는 것에 따라 현실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니콜과 태주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도 바로 이 현실 인식이 차이 때문이다. 이 문장을 전달하는 것은 니콜의 목소리라고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