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
마가파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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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중일전쟁부터 좌우 사상 대립, 홍콩 반환 협상에 이르는 근대사를 아우르는 ‘홍콩 3부작’ 프로젝트의 1부다. 원제인 ‘용두봉미(龍頭鳳尾)’는 마작 용어라고 한다. 삼합회의 우두머리이자 영국인 정보경찰의 꼬리로 살았던 주인공 록남초이의 삶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홍콩판 남-남판 <색.계>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소개글들이 모두 나의 시선을 끌었다. 홍콩의 역사를 삼합회의 시선으로 풀어낸 것도 아주 인상적이다. 한창 유행했던 홍콩 영화 속 삼합회의 이전 역사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처음 프롤로그를 읽을 때는 마가파이 가족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금방 록박초이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인물이 어떻게 홍콩으로 오게 되었는지, 그가 왜 남자에게 끌리는지 등을 보여준다. 이것은 자신과 아내의 과거 성폭행과 관계있다. 아내는 아빠에게, 록박초이는 작은아버지다. 이 나쁜 경험은 둘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록박초이의 아내 아귄은 엄청난 성욕을 발휘하고, 절정에 이르면 아빠를 외친다. 록박초이는 아내의 욕망을 완전히 채워주지 못한다. 그리고 작은아버지의 성폭행은 자신의 또 다른 성 취향을 깨닫게 한다. 물론 이 사실을 드러낼 수는 없다.

 

록박초이가 아내를 떠나게 된 데는 아내의 폭력이 큰 역할을 했다. 당시 군벌 하나에 군인으로 입대한다. 여기서 그는 비밀이 밖으로 알려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배운다. 이 비밀이 죽음을 가져오고, 밀고자가 누군지 알게 되는 순간 폭력 아래 놓인다. 운 좋게 살아난 그가 다시 떠나 도착한 곳이 바로 홍콩이다. 이곳에서 그는 인력거꾼이 된다. 친구들과 함께 한 집에 살게 되는 데 이때 록남초이란 이름으로 바꾼다. 그는 현재에 완전히 안주하려는 마음이 없다. 주된 고객이 영국인이다 보니 영어를 배우려고 한다. 이곳에서 그는 다른 비밀 하나를 보고 만다.

 

평범한 인력거꾼이던 그가 영국인들을 태우고, 언어를 배우려고 하면서 영국인 정보경찰 모리스와 엮인다. 모리스는 록남초이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고 하고. 록남초이는 그에게 끌린다. 결국 록남초이는 모리스의 은밀한 애인이자 정보원이 된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그는 홍콩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다시 집에 돌아온 그가 본 것은 중일전쟁으로 척박해진 동네와 아내 아귄으로 인한 복잡한 가족 관계다. 동생이 아귄가 집을 떠났고, 동생을 보기 위해 간 광저우에서 그는 새로운 사실과 함께 삼합회의 일원이 된다. 나중에 매춘부를 관리하게 되면서 수많은 여성을 상대하지만 마음 한 곳에는 모리스가 차지하고 있다.

 

사실 록남초이보다 동생이 더 삼합회에 어울린다. 성격과 행동을 봐도 그렇다. 이때 록남초이가 하나의 마케팅 안을 내는데 이것이 조직에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그러다 홍콩에 새로운 삼합회 조직을 세울 필요가 생긴다. 그가 속한 조직의 두목 아들도 데리고 가야 한다. 그가 만든 조직은 손흥사로 불리고, 예전 친구들도 합류한다. 이 당시 삼합회는 군벌의 영향 아래에 있었다. 작가는 이 조직들이 바라는 바를 간단하게 말한다. 바로 돈이다. 나중에 조직들 사이에 알력이 생겼을 때 이것을 아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그들 위에 누가 있는지도.

 

이 소설은 홍콩의 역사이지만 중국 역사의 한 자락을 차지한다. 당시 군벌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상하이에서 일어난 암살 사건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폭력배들이 거리를 장악하고 있고, 이들을 뒤에서 경찰이 봐준다. 상납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중일전쟁과 더불어 일제의 침략은 홍콩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간다. 정보가 중요해진다. 모리스와 록남초이는 이런 이익관계 속에서 서로를 탐한다. 이 둘의 관계는 홍콩 역사의 이면이다. 경찰은 자신들의 편리함을 위해 삼합회 조직을 이용했고, 이것이 결국 홍콩 삼합회를 거리의 지배자로 만든다. 나중에 일제가 점령했을 때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평범한 인력거꾼이었던 그가 어떻게 삼합회의 두목이 되고, 권력과 엮이고, 자신의 동성애 취향을 숨긴 채 살았는지를 역사 속에서 보여준다. 홍콩하면 한때 떠나지 않았던 마작과 매춘과 마약이 역사의 한 자락을 차지한다. 이것들이 엮이고 얽힌 과거사 속에 한 인간의 사랑과 욕망이 조용히 꿈틀거리며 자란다. 비밀을 지키려고 하지만 드러날 수밖에 없고, 이 비밀은 또 다른 사람의 삶에 큰 무게로 작용한다. 이것을 작가는 ‘좆대로’란 단어로 삶의 기준을 삼게 만든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의 의지와 힘은 너무 무력하다. 상당히 가독성이 좋고, 작가가 발표하려고 한 나머지 2부작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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