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청춘의 일기를 쓰다
나태주 시와그림, 김예원 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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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이한 책이다. 부제대로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청춘의 일기를 쓴 것을 책으로 내었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고 그 당시 자신의 삶과 생각과 연결해서 쓴 글을 모았다. 시인의 시가 그의 손을 떠난 순간 이 시가 어떻게 독자에게 읽히고 해석되고 삶과 연결되는지 잘 보여주는 글이다. 이전까지 개인적으로 나태주 시인의 에세이를 한 권 읽은 것이 전부인데 이번에 한 독자의 시 선집을 읽게 되었다. 최근 이 시인의 시에 조금씩 관심이 생긴다. 시집 한 권 정도는 올해 안에 읽고 싶다. 이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시인의 시에 자신의 삶을 주석처럼 달았다. 겨우 두 줄도 되지 않는 시에도 긴 글이 달렸다. 일곱 꼭지로 나누어진 구성은 편집의 결과이겠지만 좀더 쉽게 이해하게 만든다. 나의 나이가 글쓴이보다 훨씬 많다 보니 그 감상이 가슴 깊은 곳까지 오지 않는 순간도 있지만 가장 간단한 관계와 감정들을 마주할 때는 공감하는 부분이 크게 늘어난다. 특히 첫 파트에서 부모가 된 이후 더 절실하게 느낀 감정들이, 내가 해주지 못하는 있는 일들이 가슴 한 곳을 쿡 찔렀다. “엄마는 언제 죽나? / 내가 죽을 때 죽지.”(<동행> 전문) 이처럼 짧은 시도 나의 감성과 이성을 깨웠다. 물리적 죽음보다 마음의 죽음을 더 생각하게 만들고, 철학적인 사고로 잠시 빠지게 한다.

 

김예원은 여행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가 떠난 곳에서 마주한 수많은 사람들과 문화는 그가 돌아와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하늘 올려다볼 시간을 샀다고 말하는 여행에 대한 글은 어느 저녁 해질녘 도로에서 본 하늘 풍경을 떠올려주었다. 괜히 감상적이었던 시간이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다보니 하늘 볼 시간은 더 없다. 회사 창밖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나 산의 풍경이나 미세먼지로 가득한 하늘 정도 전부다. 아마 내가 운전을 하지 않는다면 하늘 볼 일은 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여행에서 사람에게 상처받은 것을 사람에게 치유받는다는 평범한 이야기는 평범해서 좋다.

 

나태주 시인을 풀꽃 시인으로 만들어준 풀꽃을 정말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을 할 때 떠올린다 말할 때 약간은 의외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어를 이렇게 삶에 적용하다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해석을 좋아한다. 삶은 제각각 다르고, 문자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누군가는, 어떤 사물을 자세히, 오래 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좋아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은 깨닫는 것은 삶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 저자는 이것을 참 빨리 깨달은 것 같아 조금 부럽다.

 

이십 대 청춘의 사랑은 다양한 과정과 결과를 가지고 있다. 사랑, 이별, 사랑, 그리움, 또 다른 사랑 등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려고 하고, 싸우고, 고마워하고, 자신을 발견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란 이 말도 이 과정을 거친 후 마음속에 다가온다. 3년 사귄 남자의 이야기에서 사랑이란 양방향이란 글에 공감하면서도 왠지 태클을 걸고 싶은 것은 그 양방향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이 글들을 보면서 시인의 시가 또 어떤 식으로, 그 상황에 따라 이해되는지 살짝 들여다보게 되었다. 시인이 좋아할 글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우는 것이 아니라 넘치도록 채우라고 말한 <마음을 비우라고?>는 시가 강한 인상을 주었다. 좋아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안쓰러워하는 마음으로 차고 넘치도록 채우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쁜 것들이 채워질 수 없다고. 솔직히 마음을 비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마음으로 가득 채우면, 이 순간들만은 행복한 시간일 것이다. 뒤로 오면서 자신이 공부하는 것을 시와 연결해 적은 글들이 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저자의 삶이 주는 생생함과 조금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글을 쓰는 순간 그녀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정리하고, 요약했을 것이다. 김예원이 말했듯이 그렇게 어려운 시들이 아니다. 하지만 그 쉬운 듯한 시어들 속에서 나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시인의 그림은 그 간결함과 섬세함이 익숙한 듯 편안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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