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루션 맨 - 시대를 초월한 원시인들의 진화 투쟁기
로이 루이스 지음, 호조 그림, 이승준 옮김 / 코쿤아우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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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프래쳇의 놀라운 찬사가 나를 이 책으로 인도했다. “지난 50만 년 동안 나온 책 중 가장 재미있는 책이다!" 이 문장을 읽고 혹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최소한 나는 그랬다. 좀더 차분히 생각하면 책이 나온지 50만 년이 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뭐 이것이 중요한가. 실제로 이 소설 속 화자인 어니스트란 이름도 지극히 현대적이다. 문자도 없던 시기에 제대로 된 이름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것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나오는 시간이나 거리 단위에서도 적용된다. 이런 부분 때문에 내가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을 먼저 떠올리게 된 것이다. 세부적인 부분에 들어가면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지만.

 

어니스트의 아버지 에드워드는 아주 진화적인 인물이다. 불은 화산에서 가져와 가족의 안락한 환경을 꾸몄지만 그는 결코 진화를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의 생각과 반대편에 있는 인물은 바냐 삼촌이다. 그는 위험하지만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진화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끊임없이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진화의 결과물을 누리는 데는 주저함이 없다. 이 둘의 토론은 나중에 에드워드와 어니스트의 논쟁에서 다시 다른 방식으로 불거진다. 과학기술의 독점과 특허권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은 다시 소유권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은 마지막에 나오는 이야기다.

 

불을 발견하고, 그 불을 유지하기 위한 실험은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을 요구한다. 이 불이 다양한 육식동물에게 노출된 인간들을 동굴 속 생활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불로 굴 속 곰을 내쫓았기 때문이다. 안전한 주거공간이 확보되는 순간이다. 이 불을 유지하는 과정에 창을 발명하고, 창은 가족들에게 풍족한 고기를 가져다준다. 나중에는 고기를 굽는 행위까지 이어지는데 작가는 이 과정들을 압축적으로 이 한 가족의 이야기 속에 빠르게 녹여낸다. 과학의 발전을 진화와 연결하고, 더 진화하려는 아버지와 이 부산물로 만족하려는 가족 사이에 대립이 이어진다.

 

또 다른 하나의 이야기는 족외혼의 시작이다. 형제자매끼리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족에서 배후자를 구하려는 노력이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첫사랑이란 감정이 싹튼다. 이 구애 과정이 상당히 힘들지만 두 남녀의 결합을 돈독하게 만든다. 일종의 약탈혼이지만 작가는 이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나중에 과부가 된 여자의 약탈을 둘러싼 작은 해프닝은 또 다른 재미다. 어쩔 수 없이 동굴을 떠나야 했던 가족들이 새로운 부족을 만났을 때 일어나는 몇 가지 일들은 현대 사교계에 대한 좋은 풍자다. 의상과 가방을 둘러싼 유행을 가볍게 말하고 지나간다.

 

작가는 진화의 부작용도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가족이 거주지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아버지가 벌인 실험의 결과다. 새롭게 불은 만드는 과정에서 초원이 불탄다.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과학실험이 인류에게 어떤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위험한 실험과 더불어 불의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은 이 가족 내부에서 더욱 심해진다. 새로운 무기의 발명은 부의 소유와 권력을 독점을 둘러싼 갈등으로 번지고 결국 최악의 결과로 치닫는다. 출판사 소개글을 보면 그 당시 인문, 과학, 고고학적 발견 등을 바탕으로 쓴 듯한 데 지금도 유효한 내용들이다. 이 분야에 대해 아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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