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황세연 지음 / 마카롱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범죄 없는 마을 중천리, 그 중에서 달랑 여섯 가구가 모여 사는 장자울에서 아주 이상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 첫 시작은 집에서 키우던 소를 팔고 돌아온 소팔희가 그 돈을 훔치려는 도둑인줄 알고 그 사람을 아주 강하게 여러 번 때린 일이다. 신고하고 넘어가면 되지만 조카 황은조가 눈에 밟힌다. 그녀가 잡혀가면 은조는 고아원으로 가야 한다. 이것을 옮기기 위해 리어카에 시체를 놓아두는데 이것이 사라진다. 나중에 다시 리어카만 돌아온다. 얼마 후 이장의 차가 누군가를 치었다. 아니 혼자 굴러가 사람을 치었다. 시체는 나무와 차 사이에 끼었다. 그런데 이 시체는 팔희가 죽였던 신한국이다. 뭐지? 어떻게 시체가 옮겨졌지? 누가 옮긴 것이지?

 

보통 이런 일이 일어나면 신고하고 끝내면 된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은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 범죄 없는 마을이란 타이틀과 가슴 한 곳에 숨겨둔 각자의 비밀들이다. 마을 사람들은 신한국의 시체 처리를 둘러싸고 고민을 한다. 시체를 어떻게 버릴까 고민한다. 자살바위 자살로 처리하기에는 가슴의 타이어 자국이 문제다. 과학수사의 공포가 끼어들면서 사람들은 더욱 고민한다. 나중에 결론난 것은 시체를 집과 함께 태우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공모는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고, 오랫동안 머물면서 수사하지 않으면 쉽게 알 수 없다.

 

이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인물은 악연으로 이어진 최순석 형사와 조은비 기자다. 최 형사는 관할서를 바꾸려다가 시체 위치를 옮기는 한 장의 사진 때문에 한 계급 강등된 적이 있고, 조은비 기자는 이 사진한 장으로 정식 기자가 되었지만 최 형사가 보낸 가짜 기사를 편집장이 특종처럼 내보내면서 짤렸다. 이런 인물들이 장자울에 온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장자울은 비가 많이 오면 수문 개봉으로 마을이 고립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 둘은 이 마을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둘은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단서를 모으고, 진실에 한 발자국씩 다가간다.

 

소팔희나 이장의 차 사고만 놓고 봐도 이상한데 이번에는 특별한 정보가 조은비에게 전해진다. 그것은 자살한 시체의 정체가 신한국이란 점이다. 그럼 그 집에서 타버린 시체는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신한국은 어떻게 그 자살 바위 밑에 있게 된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고립된 상황에서 불편한 두 인연은 함께 수사를 한다. 그 첫 번째는 화재 현장에서 발견한 지포 라이터다. 싸구려가 아닌 비싼 정품이다. 이 물건의 주인이 누군가 조사하면서 이 사건의 연결 고리 중 하나를 발견한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다른 용의자들이 또 드러난다. 이렇게 시작한 수사는 굴비처럼 많은 용의자를 엮어낸다.

 

순진한 마을 사람들을 겁주는 역할을 최 형사가 아주 잘 해낸다. 과학수사의 공포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백하게 만든다. 최 형사가 이 마을에 온 이유는 바로 사채업자의 요청 때문이다. 신한국이 빌린 원금과 이자 5천만 원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원금은 천만 원인데 이자가 4천만 원이다. 이자제한법이 사라지고, IMF이후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고리사채는 최악의 악몽이 된다. 이것을 벗어나는 방법은 한탕 밖에 없다. 복권 등이 유일한 탈출구다. 그러나 당첨자는 일주일에 한 명뿐이다. 하루에도 그 몇 십배의 사람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데 말이다.

 

작가는 이 한정된 마을과 괴상한 시체 이동을 재밌게 엮어 아주 흥미롭게 풀어낸다. 각자의 사연을 풀어놓고,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들려주면서 이기심과 공동체의식을 같이 보여준다. 시체를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은 자신의 이기심 때문이고, 그 표면에는 범죄 없는 마을이란 타이틀 때문이다. 여기에 최 형사와 조 기자가 서로 꿍짝이 맞아 현장을 수사하고, 사진 찍고, 어르고 하는 행동들이 마을 사람들의 입을 열게 한다. 최 형사의 비밀도 나중에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좌충우돌하는 듯한 이야기는 한국형 마을 밀실 미스터리를 재밌게 만들었다. 그리고 신한국이란 이름이 그냥 지은 게 아닌 것 같다. 각 개인의 캐릭터를 살리면서 곳곳에 이벤트를 펼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을 재밌게 만들었다. 관심을 가져야 할 작가 한 명이 또 나타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