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크러셔 밀리언셀러 클럽 45
알렉산더 가로스.알렉세이 예브도키모프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러시아 소설을 읽어본지가 꽤 오래되었다. 고전 읽은 것을 제외하고 몇 년 전 알렉산드라 마리니나의 작품 이후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알렉산드라가 추리소설로 러시아에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던 시기였을 것이다. 책도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몇 년이 지난 지금 읽은 이 소설은 또 다른 느낌의 소설이다. 광고에서 말하듯이 ‘아메리칸 사이코’의 느낌이 많이 난다.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 ‘파이트 클럽’의 분열적인 사고가 여기에서도 보이지만 살인하고 시체를 처리하는 부분에서는 ‘아메리칸 사이코’의 느낌이 더 강하다. 하지만 두 작품과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만들어졌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면서 진행되는데 사실 읽기와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뭐 그날의 몸 상태나 취향에 의해 갈리기도 하지만 왠지 나와는 궁합이 잘 맞지 않은 소설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혼돈이 오고 너무 작위적인 연결로 이어져 흥미가 많이 떨어지게 되었다.


분명히 소설의 부분 부분에서 뛰어난 장면과 상세한 설명이 있다. 우발적인 살인과 끔찍하게 느껴지는 그 이후 처리 장면은 사이버공간의 게임과 교차하면서 재미를 선사한다. 아니 글 속에 몰입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객관화시켜 관람자로 만드는 것이다. 섬뜩함과 아슬아슬함의 경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무분별한 살인과 자기제어가 되지 않는 상황들은 쉽게 납득하기가 어렵다.


사실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르기 때문에 쉽게 납득을 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쉽게 읽히면서 긴장감을 유지하는 소설을 기대한 것이다. 쉽게 않은 이름과 교차하는 현실과 가상세계가 깊게 빠져드는 것을 막고, 주인공 바짐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긴장에 몰아넣을 등장인물이 없다는 것도 역시 힘이 빠진다. 그렇다고 완전히 긴장감을 이완시키는 것은 아니다. 바짐이 벌이는 살인행각이 너무나도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또’ 나 ‘설마’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현재의 취향에 맞진 않지만 다음에 다시 읽게 된다면 어떨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조금 더 선입견을 벗고 이전의 정보를 가지고 읽는다면 내가 느끼지 못한 재미가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이전에 내가 ‘아메리칸 사이코’의 영화나 ‘파이트 클럽’의 소설에 열광한 것도 아니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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