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 한빛비즈 교양툰 한빛비즈 교양툰 1
갈로아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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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곤충을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서 바퀴벌레가 나오면 기겁한다. 한때는 손으로 때려 잡은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도구가 없다면 그냥 놓친다. 신발이라도 신고 있다면 그냥 밟겠지만 맨손이라면 아~ 그냥 보내드린다. 지금 곤충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퀴벌레라는 것은 나의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잘 보여준다. 나비나 벌이나 잠자리 등도 있는데 굳이 이런 인간 혐오류를 먼저 떠올리다니. 이런 나의 낮은 지식은 학창 시절 생물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고, 자란 후에도 이런 장르를 거의 읽지 않은 탓이다. 목차를 볼 때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곤충이 바퀴벌레였으니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만든다.

 

고생대, 중생대, 대멸종, 신생대 등의 이야기는 지구의 탄생과 해상 동물과 육상 동물의 발전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단계다. 이 당시에도 곤충은 있었고, 그 중 일부는 지금도 생존해 있다. 계통학적인 곤충의 설명을 하고, 유전적으로 진화한 곤충의 외형에 대한 설명도 곁들인다. 날개와 외골격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곤충을 볼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화와 진보를 구분한다. 사실 우리가 가장 혼란스럽게 사용하는 용어 중 하나가 진화와 진보다. 특히 진화를 진보로 착각한다. 진화는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인데 우린 이것을 진보라고 읽는다. 이 오독과 오해가 우리 삶에 얼마나 깊숙이, 넓게 스며들어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과학은 유동적이다. 과거의 발견이나 학설이 후대에 와서 바뀌는 경우가 자주 있다. 진화론을 말한 다윈의 학설이 새로운 발견으로 입증되기도 하고, 학창 시절 배웠던 몇 가지 학설은 이제 그 힘을 잃고 있다. DNA를 분석하는 과학이 발전하면서 단순한 해부만으로 알 수 없는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퀴벌레와 같은 종으로 분류되는 곤충을 볼 때 얼마나 놀랐던가. 이것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숲에 사는 바퀴벌레의 경우 아주 깨끗하다는 것이다. 바퀴벌레가 얼마나 강한 임팩트를 주었으면 작가도 2화에 걸쳐 바퀴벌레의 역사와 퇴치와 기원을 다루었겠는가. 갑자기 영화 <설국열차> 속 한 장면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만화 속 한 컷 때문일까?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주 많다. 그 중 하나가 곤충과 식물의 공진화다. 곤충들이 식물에 기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공생 관계는 다른 생물이 식물을 먹는 것을 막아준다. 꽃과 꿀을 생각할 때 꽃이 주는 꿀의 양을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여기에도 전략은 숨어 있다. 이런 자연계의 생존 전략을 작가는 잘 포착해서 간결한 설명을 곁들인다. 여기에 기존 과학 이론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새로운 종의 발견이나 연구 결과에 따라 바뀔 가능성 또한 열어놓았다. 그리고 개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다. 그가 소설가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프로이트가 곤충의 성에 한 컷 등장한 것을 봤기에 더욱 그렇다.

 

작가는 많은 곤충을 의인화하고, 곳곳에 다양한 문화 코드를 풀어놓았다. 물론 의인화로 인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문구들을 곳곳에 넣었다. 하지만 이 만화의 재미는 친절하면서도 간결한 곤충의 진화 셜명과 함께 마이너 문화의 패러디를 적극 활용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물론 이것을 빨리 파악할 때 더 분명해지는 아쉬움이 있다. 등장인물을 눈을 가렸지만 누군지 쉽게 알 수 있고, 작가 자신이 등장해 설명에 재미를 더한다. 일반적인 곤충 등을 설명한 책들이 지니는 무거움과 재미없음을 이 책은 싹 지웠다. 읽으면서 웃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곤충을 더 깊게 더 넓게 알고 싶다면 전문서적으로 가야하겠지만 나같은 일반 독자에게는 이것만 해도 충분하다. 이런 자연과학 교양 만화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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