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톱과 밤
마치다 나오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얇은 그림책이다. 대충 읽기만 한다면 읽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림에 집중하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고양이의 표정과 세부적인 모습들이 시선을 상당히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한 번 가볍게 훑어보고, 다시 보면서 고양이의 눈과 자세와 색감에 눈길이 갔다. 수고양이일까? 암고양이일까? 원화는 유화일까? 아크릴로 덧칠한 것일까? 책소개글을 보면 주인공은 수고양이인 것 같다. 작가가 여덟 살에 입양해 어느 듯 열일곱 살이 되었다는 고양이 ‘시라키’가 모델이라고 한다. 오랜 동거가 고양이의 세부 묘사를 잘 살려내었다.

 

아주 가끔 고양이가 등장하는 소설 등을 읽는 나에게 이들의 성별을 구분할 능력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림을 보면서 한두 가지 동작이나 자세를 보고 암컷인가 하고 추측할 뿐이다. 당연히 이것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이 그림책에서 이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작가가 만들어낸 듯한 달과 고양이 손톱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초승달이 뜬 밤 동네 고양이가 하늘에 뜬 고양이 손톱 모양의 달을 보기 위해 한 곳에 모인다. 압권은 바로 이 장면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수많은 고양이들의 표정은 모두 다르다. 색도 다르다. 눈빛도 다르다. 이렇게 다양한 고양이들이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변함없는 것이라고는 고양이 눈동자 정도랄까.

 

한 고양이가 오늘 밤이라고 할 때 무슨 말인지 몰랐다. ‘서둘러’라고 할 때도 무엇 때문인지 몰랐다. 고양이들이 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도 마찬가지다. 앞발을 들고 하늘을 쳐다본 것은 그름에 가린 달이다. 밤하늘의 달이 고양이 손톱 모양이다. 동네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모인 것은 바로 이 고양이 손톱 모양 달을 보기 위해서다. 이 달을 보면서 몸을 한들한들 흔든다. 그리고 이 달을 보고 돌아오면서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을 담고 말한다. 여기서 현실적인 답이 나온다. 변덕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자연스런 하늘의 변화다. 이렇게 요약한 것 같은 이야기가 사실 이야기의 전부다. 그런데 이 단순한 이야기를 여러 번 쳐다보게 된다. 뛰어난 그림 때문이다. 다음에 밤하늘을 쳐다보다 손톱 모양의 달이 보이면 이 작품이 떠오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