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이혼 1
모모세 시노부 지음, 추지나 옮김, 사카모토 유지 원작 / 박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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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다. 한때 미친 듯이 일드에 빠진 적이 있다. 화질도 좋지 않았던 그 드라마들을 얼마나 재밌게 열광하면서 봤던가. 그러다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보는 편수가 하나 둘 줄었다. 마지막으로 본 일드는 사실 생각도 나지 않는다. 몇 년은 된 것 같다. 하지만 그 당시 본 일드는 머릿속에, 가슴속에 그대로 저장되어 있다. 일본 특유의 멜로나 코미디나 추리물 등은 나의 취향과 잘 맞았고, 가끔 그 당시 본 드라마가 리메이크될 때는 반가웠다. 동시에 과연 그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많은 경우 그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이번 <최고의 이혼>도 일본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린 드라마다. 물론 보지 못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소설화한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미쓰오와 유카, 아카리와 료, 이 커플들을 보면서 예전에 본 일드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현실에 바탕을 두고, 가상의 비현실적 이야기를 엮어 풀어내는데 솔직히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일드 <최고의 이혼> 속 등장인물들을 찾아봤다. 내가 생각한 이미지와 맞는 인물도 있고, 책 속에서 그린 이미지와 다른 인물도 있었다. 이 등장인물들을 보고 한국에서 리메이크되는 드라마 속 등장인물과 연결하게 되었다.

 

미쓰오를 차태현이 맡았다. 첫 몇 쪽을 읽었을 때는 잘 맞는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 순간 차태현이 료 역할을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배두나의 유카는 그녀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면 대충 맞아 들어간다. 다른 두 배우는 솔직히 잘 몰라 내가 평을 내릴 수 없다. 그나마 얼굴을 알고 있는 이엘은 좋은 캐스팅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런 생각이 든 것은 미쓰오가 다시 아카리를 만났을 때 보여준 반응 때문일 것이다. 이엘이 나온 드라마나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만.

 

1권만 읽었고 이야기의 중반까지 진행된 상태라 드라마를 본 사람들의 평을 머릿속에 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진행은 소설화 작업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미쓰오의 불평불만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투덜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는 영업사원이이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한다. 아내 유카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는데 이것은 그들의 삶과 생각의 방식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홧김에 둘은 이혼서를 써놓았고, 서류상 이혼한다. 한국보다 참 이혼하기 쉬운 나라라는 사실을 다시 느낀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때부터다.

 

이혼했지만 현실적인 몇 가지 문제 때문에 같은 집에 산다. 물론 잠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몇 가지 규칙을 만든다. 그리고 이 둘이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 그 사연이 나온다. 우리에게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더 잘 알려진 동일본대지진 당시 불안감이 둘을 묶었다. 이후 이들이 느낀 감정은 서로 다르다. 유카가 표현하는 미쓰오에 대한 감정은 사랑에 빠지는 과정 그 자체다. 유카가 미팅에서 만난 남자를 만났을 때 자신도 모르게 표현하는 것들도 아직 감정이 남아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1권에서 더 많은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아카리와 료 부부다. 미쓰오는 아카리와 사귄 적이 있는데 그녀의 입장에서 본다면 최악의 남친이었다. 물론 다시 만났을 때 미쓰오는 이 사실을 몰랐다. 문제는 료다. 잘 생긴 미대 교수인 그에게는 여자들이 많다. 안면인식장애가 있다고 하지만 그의 공허한 매력에 여자들은 빠진다. 드라마 속 배우를 보면 약간 의문이 들지만 그것은 남자인 나의 입장일 뿐이다. 료의 바람기는, 공허함은 불안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결혼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법률상 둘은 부부가 아니다. 이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들 속에 미쓰오와 유카 부부가 휩쓸린다. 이 또한 일본 드라마에서 자주 본 설정이다. 이제 이들의 관계가 꼬이고, 묶이고, 풀리는 과정이 남았다. 과연 어떨지? 한국 드라마는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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