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그렉 올슨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 그대로다. 리즈가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친 후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냥 차로 친 후 911에 연락하고 병원에 보냈다면 그것으로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 준비한 변호사 시험과 스트레스가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아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방수포로 덮어둔 후 시험장으로 떠났고, 자신의 눈앞에 있던 아이가 사라진 엄마는 패닉에 빠진다. 강변 집에 살다 보니 아이가 물에 빠졌을 것이란 추측을 한다. 경찰에 실종 신고하고, 남편에게 연락한다. 유괴의 가능성도 있다. 작가는 이런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이 두 가족의 숨겨진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낱낱이 보여준다.

 

리사는 어릴 때 죽을 뻔한 적이 있다. 이웃의 댄 부자와 오빠와 함께 간 여행에서 갑자기 내린 폭우로 차가 물에 떠내려갈 뻔했다. 실제 차는 떠내려갔다. 하지만 그 전에 리사와 오빠는 탈출했지만 댄의 아들은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문제는 이 사건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경찰의 유도 심문에 리사가 넘어간 것이다. 마을의 유명한 의사가 악의 가득한 소문의 희생자가 된다. 아들을 잃은 후 그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의 용기와 희생을 감안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칭찬을 받아야 할 텐데. 자라면서 이때의 정확한 기억을 잃고 있던 리사지만 가끔 이 기억들은 리사가 저지른 일과 엮어 하나씩 풀려나온다.

 

리사는 큰 실수를 했다. 아이를 차로 쳤으면 바로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덮어두었다. 남편에게만 연락했다. 문제는 이 남편에게도 있다. 성공을 눈앞에 둔 그는 이 사실이 남들에게 알려지길 바라지 않는다. 한 번 더 바로 잡을 기회를 놓친다. 이런 잘못된 선택들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성공에 모든 가치를 둔 오웬은 이 사실이 알려지길 두려워하면서 아내를 단속한다. 반면에 리사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모르는 아이를 차로 치었다고 해도 생길 텐데 친한 이웃의 아이를 쳤다. 여기에 이 사실을 숨긴다. 캐롤을 볼 때마다 울음을 터트린다. 모르는 사람이 볼 때 같이 걱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자신의 죄책감 때문에 생긴 울음이다.

 

캐롤과 데이비드 부부는 밖에서 보면 화목하다. 캐롤은 구글의 임원으로 있다가 스톡옵션으로 큰 돈을 벌어 은퇴했다. 한 번 아이를 낙태한 적이 있다. 이때를 되돌아보면 자신의 성공을 위한 선택이었다. 찰리는 포기 직전까지 간 상태에서 임신했다. 늘 집 앞에서 놀던 아이를 새로 지은 집의 누수 보험 처리 전화 때문에 잠시 눈밖에 뒀다. 사고는 이때 일어났다. 남편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의심의 불꽃이 피어난다. 요리사인 남편은 레스토랑을 경영한다. 자신의 가게에서는 폭군이다. 그런데 이 날은 이상한 행동을 한다. 아내가 볼 때 남편은 찰리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이 사건은 이 가족의 조그만 균열 속에 파고들어 숨겨진 비밀을 하나씩 드러낸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또 한축은 경찰이다. 경찰은 열정적이지만 단서가 부족하다.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지만 그 어디에도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첫날은 리사의 차고에 있었고, 그 다음에는 오웬과 리사가 아이를 먼 어딘가에 유기했다. 관광지인 마을에서 대규모 수색대를 꾸리는 것도 무리다. 강을 수색하고, 주변을 탐문한다. 차에 치인 아이는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유괴라면 납치범의 전화라도 있겠지만 독자는 사실을 알지 않는가. 이런 상황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작가는 능숙하게 상황을 꼬고, 죄책감을 쏟아내고, 숨겨져 있던 과거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치면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경찰이 내놓은 수많은 가설들은 과거 사건들의 기록들이다.

 

엄마의 자책과 불안과 공포는 작은 희망을 뒤덮는다. 남편의 이상한 행동은 분노를 자아낸다. 이 과정은 과거에 덮어둔 일들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절망 속에서 유일한 희망은 사라졌던 아이들이 다시 돌아온 경우뿐이다. 그리고 옆집 리사가 곁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리사는 죄책감과 두려움에 짓눌린다. 남편의 거짓말과 협박과 약물과 술이 없었다면 사실을 말했을 것이다. 이 상황 속에서 이 부부의 진짜 관계가 드러난다. 이 소설의 재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관계의 파탄과 그 속에 담긴 심리 묘사다. 꼬이고 꼬인 관계와 욕망에 휘둘리는 사람들의 심리 묘사는 정말 매력적이다. 모든 사건이 해결된 후 리사가 내뱉는 마지막 문장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강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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