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들려준 이야기 - 호손의 인생 수업
너새니얼 호손 지음, 윤경미 옮김 / 책읽는귀족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한참 헌책방을 돌 때 한두 권 정도 샀지만 읽지는 않았다. 그 유명한 <주홍 글자>도 영화로 봤지 책은 읽은 적이 없다. 최소한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덕분에 나다니엘 호손의 단편이 나왔다고 했을 때 손이 나갔다. 이번에는 한 번 읽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대충 훑어본 책소개에 따르면 처음 번역된 작품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읽을 수 있지 모른다. 나의 독서 생활에 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원래 단편집에 실린 글 중 일부만 담았다고 한다. 아쉬운 대목이다. 그리고 편집도 너무 구식이다.

 

인생 수업이란 편집 방향을 잡고 1교시부터 7교시까지 각 하나의 주제로 엮었다. 행복, 운명, 사랑, 미래, 가치, 진실, 낭만 등이다. 읽으면서 내가 생각한 부분과 다른 내용일 때마다 편집자가 분류한 단어를 다시 돌아본다. 과연 작가가 이것을 의도하고 쓴 것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말이다. 물론 작가에게 묻는다면 자신을 이런 의도로 쓴 것이 아니라고 말할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 그런 식으로 소설을 쓰는 작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자기계발서 분위기를 풍기기 위한 하나의 구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나의 취향은 아니다.

 

일곱 편의 단편은 다양한 분위기를 풍긴다. <거대한 석류석>은 다양한 인간들의 욕망을 다룬다. 신기루와도 같은 그 거대한 석류석을 쫓는 모험의 이유도 모두 제각각이다. 각자의 이유를 말하는 부분과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것은 자기만족이다.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삶이다. 결코 쉽지 않다. <히긴바텀씨의 비극>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한 사람의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소식을 전달하는데 아직 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다. 과연 이 소식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말로 그 사건이 일어날지 호기심을 계속 자극한다. 편집자가 해석한대로 운명이라면 과연 그 비극은 어떤 결말일지 너무 뻔하지 않은가.

 

<샘의 환영>은 샘 속에 비친 여성에 대한 사랑을 다룬다. 환영 같은 존재였던 그녀를 만나는 것도 우연이다. 하지만 운명 같은 사랑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그의 노력과 열정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예언의 초상화>는 한 위대한 화가가 그린 그림 이야기다. 그는 초상화 속에 그 사람의 특징을 잘 잡아낸다. 한 커플의 초상화를 그려주는데 이들의 숨겨진 모습이 눈에 보인다. 마지막 반전은 갑작스럽지만 그녀의 말은 강한 울림을 준다. <마을 펌프가 들려준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다. 마음 펌프가 자신의 물을 마신 동물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의인화한 이야기는 한 마을의 성장사를 보여준다.

 

<피터 골드스웨이트의 보물>은 행운을 좇는 피터의 이야기다.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지 않던 그가 선택한 것은 그와 같은 이름을 가진 할아버지가 집안에 숨겨 놓은 보물을 찾는 것이다. 추운 겨울 가구를 부수고, 땅을 파헤치는데 과연 보물은 존재하는 것일까? 피터가 알지 못한 진실은 어쩌면 그가 외면한 진실인지도 모른다. <하이데거 박사의 실험>은 젊음과 연륜에 대한 이야기다. 노쇠한 등장인물들이 젊음의 샘물을 마시고 느끼는 감정의 변화와 이것을 관찰하는 하이데거 박사의 시선은 대비된다. 재밌는 부분은 하이데거 박사의 교훈보다 그 순간의 황홀함에 취한 이들이 보여주는 행동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