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학 시선 K-포엣 시리즈 5
안상학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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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 시집을 읽기 전에는 안상학이란 시인을 몰랐다. 아주 가끔 시집을 읽는데 이런 시집들도 대부분 이미 잘 알려진 시인들이다. 물론 어딘가의 시선집에서 그의 시 한두 편을 읽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시집 한 권을 읽은 적은 없다. 그래서 선택할 때 조금 주저했다.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결론부터 말하면 이 선택을 잘 했다. 우연히 새벽에 일어나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일상을 그려내는 시부터 사회 문제를 다루는 시까지 다양한 시들이 나오는데 나의 감상과 해석이 달라 조금 어리둥절한 부분이 있다. 해설에는 무위자연과 음양을 중심으로 풀어내었는데 이 시집을 읽으면서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다. 시인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나의 입장에서 이런 해설을 볼 때는 늘 당혹스럽다. 무작정 나의 이해만 주장하기에는 나의 내공이 부족하고, 그 해설이 시를 다른 방향에서 들여다보게 하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벼랑의 나무>였다. “머리도 풀어헤쳤고/ 그 어느 손도 다뿌리쳤으니/ 사뿐 뛰어내리기만 하면 된다.// 이제 신발만 벗으면 홀가분할 것이다.” 이 시구를 보고 자살과 절망을 느꼈는데 해설은 깨달음의 절대성으로 풀어낸다.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나는, 아니래도 그런 것처럼, 그래도 아닌 것처럼/ 진짜 내 얼굴을 하지 않을 때가 많다.” <얼굴> 이 글을 보고 우리의 삶이 그대로 느껴졌다. “제 얼굴로 사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라고 했지만 사회에 나오면 이 반대의 길을 걷게 된다. 좀 더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될까? <평화라는 이름의 칼>이란 시는 평화를 가장한 평화라는 이름의 칼에 의해 학살 당한 사람을 기리고 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절대, 평화를 가장한, 평화라는 이름의 칼, 그 칼날에 배식을 맡기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 우리 사회에는 이런 평화를 가장한 칼들이 춤추고 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도 그 칼에 당한다.

 

<내 손이 슬퍼보인다>에서 직립하는 인간들의 삶이 얼마나 소유를 갈망하고, 폭력을 행하고, 군림을 바라는지 보여준다. 빌어먹던 손이 소유의 손이 되기도 하고, 칼을 빼앗아 살수를 휘두르기도 하는 이 손들은 사회가 우리에게 강요한 삶이다. “두 손의 역사는 끊임없이 싸움을 재생산하는 역사다.” 멋진 시어다. 이런 무거운 시만 있다면 조금 마음이 무거웠을 것이다. <아배 생각>에서 유쾌한 부자 간의 대화를 보고 빙그레 웃고, <노정>에서 작은 희망을 보았다. 시인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슬픔의 출처는 사랑이다.”라고 말할 때 잠시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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