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사랑을 잘못 배웠다
김해찬 지음 / 시드앤피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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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제목이다. 사랑을 배워야 하는 시대에 감히 사랑을 잘못 배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럼 그는 사랑을 제대로 했을까? 아니다. 이 에세이를 읽다 보면 ‘너’는 ‘나’가 된다. 그의 경험들이 글 속에 조용히 녹아 있다. 이 경험들은 한 번 이상 사랑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부분이 많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이 글속에 나오는 사랑들은 현재 사랑보다 과거 사랑에 더 가깝다. 만남, 사랑, 헤어짐, 그리움, 추억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들 속에 진한 경험담과 아쉬움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 감정을 경험했기에 오히려 담담하게 읽을 수 있었다.

 

SNS를 거의 하지 않는 나에게 김해찬이란 작가는 낯설다. 이 낯섦이 가끔은 가벼움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글들이 범람하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잘 정리해서 풀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사랑이라면. 세상에는 사랑을 참 쉽게 하고, 잘 헤어지는 사람도 많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다. 이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딴 세상 사람 같다. 나보다 훨씬 힘들게 사귀고 헤어지는 친구들을 보면 답답하다. 아마 전자의 친구들이 볼 때 내 모습이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절대적 시간은 동일하게 흐르지만 상대적 시간은 다르게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속에서 자주 느끼는 감정 중 하나가 시간이다.

 

세 부분으로 나눠 이야기가 진행된다. 앞의 두 부분은 사랑과 이별과 추억 등을 다룬다. 마지막 부분은 작고 사소하지만 그가 소중하게 생각했고 사랑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당연히 앞의 두 이야기는 무겁다.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도 있다.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는 일은 더 많다. 이제는 회색빛으로 가득한 그 시간을 잠시 컬러로 바꿔주기도 한다. 이런 사랑 이야기는 사랑과 실연을 경험했을 때 더 많이 공감한다. 아마도 젊은 청춘들에게 이 글은 현재의 감정을 대변해줄 것이다. SNS에서 ‘좋아요’가 많아지는 것도 그들의 현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흔한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구속은 사랑이 아니다.’ 뻔한 말이다. 그런데 이 문장 밑으로 가면 “사랑은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는 거다.”란 문장이 나온다. 이것을 “자신 안에 머무르길 바라는 것”이란 욕심으로 해석한다. 그럴까? 소유욕과 머무르길 바라는 것을 같이 놓을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린 사랑을 잘못 배워도 한참 잘못 배웠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아마 책 제목이 나왔을 것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우리가 가지는 감정과 욕심을 구속이란 단어로 표현했으나 완전히 동의하지 못한다. 구속의 다른 의미가 머릿속에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사랑의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란 거짓말도 있지만 감정은 영원할 수 없다. 만나면 헤어지는 순간이 온다. 이때 우리의 본모습이 아주 잘 드러난다. 찌질한 성격이나 후회나 아쉬움이나 집착 등이 밖으로 드러난다. 물론 이것도 시간 속에 조금씩 희미해진다. 새로운 사랑을 위해서는 추억 속에 조용히 묻어둬야 한다. 잊는 것이 아니라 지우는 것이란 글에서 우리의 한계를 깨닫는다. 집에서 졸면서 봤던 <이터널 션샤인>의 내용을 설명해줄 때 결코 지울 수 없는 기억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다행인가.

 

“매일이 괜찮은 척하는 날들의 연속. 그 척이 쌓여서 정말 괜찮은 날이 되기를 바라는 작은 바람.” 이것은 사랑에서도, 삶에서도, 일에서도 늘 있는 일이다. 삶은 견디고 견디고 견디는 일의 연속이다. 어떨 때는 거짓과 허세로, 어떤 순간은 후회와 안타까움으로, 진실된 마음을 숨긴다. 작가의 정제된 문장들은 자신의 감정을 그렇게 정리하고 있다. 자신을 감정의 늪 속에 빠트려 허우적거리지도 않는다. 짧은 문장이 더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바로 작가의 긴 풀이보다 자신의 감정을 돌아볼 시간을 더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절제된 감정의 문장들을 읽으면서 작가의 삶이 궁금해졌다. 나와 주변 친구들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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