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오기 전에 - 죽음 앞에서 더 눈부셨던 한 예술가 이야기
사이먼 피츠모리스 지음, 정성민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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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언제 죽을지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 극소수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심한 병을 앓고 있다. 시한부인생이란 의미다. 이 에세이의 저자 사이먼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는 루게릭병을 앓았다. 통상적 생존기간은 4년이라고 하는데 그는 살고자 의지가 가득했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그 시간을 더 늘렸다. 엄청난 고통 속에서 삶을 포기하는 것이 더 쉬운 선택일 수 있는데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 시간 동안 그는 놀라운 일들을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에세이다. 동공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아이게이즈 컴퓨터를 이용해 글을 쓴 것이다.

 

많은 분량이 아니다. 긴 문장보다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장이 많다. 아이게이즈 때문일지, 아니면 자신의 문장이 원래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덕분에 쉽게 읽을 수 있다. 문장의 의미를 곱씹어야 하는 글도 많다. 시한부인생을 살고 있는 저자의 의지가 이 에세이를 통해 그의 삶을 그려낸다. 2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1부는 아내 루스를 만나고, 다섯 아이를 낳고, 병을 알게 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2부는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를 다루는데 루스를 만나기 전 삶이 많이 나온다. 이 삶을 보면서 내가 살아온 삶이 얼마나 변화가 없는 밋밋한 삶인지 알게 된다. 많은 여행과 수많은 경험은 부럽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병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온다. 그에게 루게릭병도 마찬가지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이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영화감독에게 이것은 거짓말 같은 일이다. 아내 루스의 첫 인상과 다시 그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행복한 삶은 이 거짓말 같은 병으로 인해 순식간에 파괴된다. 하지만 그는 살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인공호흡기를 둘러싼 에피소드는 현실과 의지를 충돌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병을 고치기 위해 그는 민간요법부터 사이비까지 하지 않은 것이 없다. 현실은 잔혹하게도 그에게 기적을 일으키게 만들지 않았다.

 

루게릭병을 앓는다고 금방 죽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죽음은 예정되어 있다. 얼마나 조금 더 사는가의 문제다. 이 병을 앓으면서도 그는 넷째와 다섯째를 얻었다. 그의 병은 여전히 그의 삶에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슬픔과 절망 속에서 싸우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진실은 이것이다. 더 나은 삶이 우리 모두를 돕고 있다. 어둠을 밝히는 한 줄기 햇살처럼.” 그는 병을 앓고 있지만 여행을 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쓴다. “기억에 새긴다. 그리고 글로 남긴다. 글쓰기가 나의 마지막 투쟁이다.”란 문장은 태어나서 자라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대신해서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다. 가슴이 아린다.

 

살고자 하는 의지. 이것을 한 편의 영화 속에 녹여 내려고 했다. “인생이 안겨주는 슬픔을 안고 살아가려는 의지, 상실을 견디며 살아가려는 의지, 사랑을 품고 살아가려는 의지, 인생의 길을 찾으며,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려는 의지.” 이것은 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내 루스에 대한 사랑은 곳곳에 남아 있다. 시점을 바꿔 루스는 그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나는 살아 있다.”라고 말하다. “어둠 속, 깊은 어둠 속에서, 오직 음악과 나뿐이다.”란 문장을 읽고 그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깨닫는다. 어둠이 오기 전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의지는 너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 문장을 읽을 때는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다. 짧지만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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