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워줄게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드디어 이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최근 나무의철학 출판사에서 매년 연속으로 내고 있는데 언제나 관심만 두고 있었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많다 보니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다. 개인적으로 심리 스릴러를 찾아서 즐겨 읽지 않지만 좋은 작품은 늘 챙긴다. 그런데 문제는 심리 스릴러들의 경우 책 중반까지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심리 묘사나 상황 등이 나와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1부가 끝날 때까지 좀처럼 이야기 속에 몰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2부와 3부를 보면서 이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자살일까? 다시 생각해봐.” 엄마의 기일에 전달된 한 장의 카드는 애나의 일상의 뒤흔든다. 19개월 전 아버지 탐이 절벽에서 몸을 던져 자살하고, 그 7개월 후에 엄마 캐럴라인마저 그 절벽에서 자살했다. 부모 두 분이 모두 같은 곳에서 자살한 일은 애나에게 엄청난 충격이다. 경찰은 신고 전화와 다른 조건들을 검토한 후 자살로 처리했다. 그 후 애나는 심리 상담사 마크를 만났고, 딸 엘라를 낳는다. 출산 후 겨우 일상으로 복귀하는 듯했는데 이 카드 한 장이 그 동안 억눌렀던 그녀의 감정을 뒤흔든다. 부모님이 타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확신을 가지고 경찰의 재수사를 요구하려고 한다. 그곳에서 은퇴 후 경찰서 민간 직원으로 일하고 있던 머리를 만난다.

 

소설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진행된다. 애나와 머리의 삶과 애나의 부모인 듯한 사람의 이야기다. 애나가 재수사를 접수했지만 이 신청은 정식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머리가 위에 정식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문의 카드를 제외하면 애나 부모의 자살을 타살로 규정할 어떤 증거 자료도 없다. 규정대로라면 위에 보고해야 했겠지만 그는 자신의 일로 처리한다. 그리고 그의 불안한 일상이 드러난다. 바로 아내 세라의 정신병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자해와 자실을 시도한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매일 그녀를 면회 간다. 그가 현직 형사였을 때 그녀가 그를 많이 도와준 적이 있다. 이 사건이 다시 둘의 힘을 합치게 한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로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머리다.

 

일반적으로 자살로 끝난 사건을 타살이라고 말하면서 재수사를 요구하면 어떤 반응이 올까? 아마 대부분은 그녀의 정신 상태를 의심할 것이다.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산후우울증을 의심할 수도 있다. 마크가 그 카드를 보고도 꿈쩍하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살인사건으로 확신한 그녀에게는 범인을 잡겠다는 의지가 가득하다. 머리에게 계속 연락을 한다. 그녀의 이 의지가 사건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끈다. 그리고 그녀 가족의 숨겨진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진다. 이 과정을 작가는 교묘한 서술로 살짝 독자의 눈을 가린다. 뒤에 이어지는 반전들은 이 영향력과 나의 선입견이 같이 작용한 탓이다.

 

비극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일어난다. 하지만 그 씨앗은 오랜 시간을 거친 후 부화하기도 한다. 이 가족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가족 내부의 문제가 하나씩 드러난다. 흔한 스릴러의 공식에 따라 간다면 삼촌 빌리나 엘라의 아버지인 마크 등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다. 처음 시선이 간 인물도 바로 이들이다. 이들에게는 애나의 부모를 죽일 이유가 충분히 있다. 바로 돈이다. 그런데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 인물이 전면으로 나서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바뀐다. 이 등장인물이 반전의 연속을 만든다.

 

소설 속에서 애나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끝없이 맞이한다면 머리는 자료를 모으고 조사를 하면서 이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친다. 그가 한 발 나아갈 때면 사건도 같이 한 발 나아간다. 그리고 그 차이는 점점 좁혀진다. 그의 수사 방법은 발로 뛰는 전통적인 방식과 인터넷을 통한 조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특징은 날카로운 관찰과 통찰력이다. 어느 정도는 이 부분이 불만스럽다. 독자에게 같이 전달되는 자료가 너무 없기 때문이다. 고전 미스터리에서 자주 사용하던 설정이다. 마지막 애나의 에필로그도 살짝 아쉽다. 너무 많이 나간 느낌이다. 머리와 세라의 첫 만남 장면이 의미하는 바도 놓인 위치를 생각하면 애매하다. 개인적으로 머리를 계속 등장시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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