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인형 인형 시리즈
양국일.양국명 지음 / 북오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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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형제 작가의 공포소설이다. 많은 장르 작가들이 있지만 공포 장르 쪽은 작가가 풍부하지 않다. 뭐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특히 공포 쪽은 그렇다. 좀비를 다루는 공포 소설들이 몇 권 나왔지만 나의 부정확한 기억에 의하면 꾸준히 책을 내놓는 작가는 흔치 않다. 김종일 비롯한 몇 명의 작가들이 한때 비교적 자주 책을 내었지만 어느 순간 나의 기억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검색을 하면 생각보다 많지만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 두 형제 작가는 나름 꾸준히 책을 내고 있다.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한 채 말이다.

 

모두 네 편의 단편을 실고 있다. 세 편은 인형을 소재로 했고, 나머지 한 편은 좀비를 다루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표제작 <지옥 인형>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다루고 있는 소재가 아주 잘 어울린다. 이 소설을 가장 잘 드러내어주는 문장이 있다. “공포는 밖에서 오지 않는다. 안에서 떠오른다.”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죄의식과 공포를 ‘지옥 인형’을 매개로 폭발한다. 하지만 이것은 지옥 인형을 보고 죽은 사람들이 경험한 것이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인형은 그 자체로 공포의 대상이다. 물론 공포 소설가에게는 아주 훌륭한 소재일 수 있다.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마지막에 숨겨둔 한 방이 멋있다.

 

<엄마의 방>은 한 남자의 죽음과 그 앞에 놓인 인형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비뚤어진 욕망이 바탕에 깔려 있고, 그 속에는 공포에 짓눌린 아이가 있다.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인형이 음산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엄마의 방이란 공간과 엄마의 죽음이란 사실이 인형과 아버지의 욕망으로 뒤섞여 가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 모든 공포의 설정을 풀어주는 장면에서 알려주는 사실들은 아주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첫 장면으로 돌아가는 반전이 펼쳐진다. 이 반전이 조금 과한 설정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앙갚음>은 6.25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좌익과 우익의 이념 대립이 학살로 이어졌던 그 시절의 한 장면이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남쪽의 북한군은 고립되고 쫓길 수밖에 없다. 좌익의 공격이 이어졌던 순간이 지나고 우익의 공격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살육은 이성보다 감정에 더 중심을 둔다. 이 학살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복수란 형태로 나타난다. 인형의 형태를 가진 원귀들의 처참한 복수는 아주 잔혹하다. 단편의 특성 상 생략된 많은 이야기들이 개인적으로 더 관심이 생긴다. 좀더 분량을 키워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트렁크>는 개인적으로 아주 실망했다. 도입부는 전형적인 공포 장르를 따라가는데 중반 이후 조폭 같은 남자의 등장으로 공포 액션으로 바뀐다. 좀비처럼 변한 이유를 알려주지만 조금 황당하다. 좀비를 처리하는 방식도 조폭 식이다. 무엇보다 눈에 거슬리는 것은 여주인공 소영이다. 아무 것도 하는 것이 없고, 단지 그녀의 언니가 좀비로 변했다는 것과 이 모든 사건의 시작임을 듣는 존재로 한정된다. 또 조폭이 자신의 힘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과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공포가 급속히 사그라들었다. 앞의 두 편에 비해 뒤의 두 편은 조금 많이 떨어진다. 그래도 한 여름의 무더위를 조금 식히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독자의 상상력이 뛰어나면 더욱 더 그 효과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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